“타수 안나와도 어려운 코스 좋다” 잇단 좌절 끝낸 임성재 도전 정신… 캐디 겸 통역 앨빈 최도 큰 도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혼다클래식의 전장인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0)의 악명 높은 베어트랩(15∼17번홀)에서 우승의 기반을 마련한 임성재에게 찬사를 남겼다. 뒷심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그는 베어트랩에서의 짜릿한 버디 2개로 승부사 기질을 과시했다.
이 대회 코스의 14번째 그린을 지나가면 거대한 곰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동상 옆에는 ‘당신은 베어트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이어질 3개 홀에 대한 경고가 검은 판 위에 금색 글씨로 적혀 있다. 1990년 난도를 높여 코스를 재설계한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남긴 말이다. ‘바로 이곳에서 승패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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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까지 선두 그룹에 1타 뒤진 4위였던 임성재는 15번홀(180야드)에서 승부를 걸었다. 전날 베어트랩에서 2타(15, 16번홀 보기)를 잃었던 아픔은 지워버렸다. 5번 아이언으로 시도한 페이드 샷은 핀 오른쪽 2m 거리에 떨어졌고 임성재는 버디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임성재는 “15번홀에서 버디를 하면 우승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1∼3라운드까지 베어트랩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공격적으로 쳤다”고 말했다.
16번홀 파 세이브 이후 단독 선두로 나선 17번홀에서도 임성재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바람이 부는 가운데 7번 아이언으로 힘차게 티샷한 공은 워터 해저드를 넘어 핀 왼쪽 뒤편 2m 거리에 떨어졌다. 임성재는 버디를 추가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임성재는 “여유 있게 클럽을 잡아 짧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핀 뒤에 떨어지되 벙커만 피하라고 기도했는데 절묘한 위치에 (공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 해설을 맡았던 정지철 프로는 “15번홀은 핀 오른쪽으로 그린에지까지가 7야드, 17번홀은 핀 왼쪽으로 그린에지까지가 4야드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신중하게 샷을 구사하는 선수가 많았는데 임성재는 대담한 샷으로 타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임성재는 6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 벌레’인 임성재는 지난겨울 경기 용인 태광CC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샷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는 반복된 스윙 연습으로 굽어 있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두고 “내게는 훈장과 같다”고 말한다.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던 임성재지만 혼다클래식을 앞두고 스윙 코치인 최현 프로에게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최 프로는 “성재가 20언더파 언저리에서 우승자가 나오는 대회보다는 타수가 안 나와도 어려운 코스가 좋다고 했다. 도전 정신이 강한 성재는 베어트랩이 있는 혼다클래식이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임성재의 캐디백을 메면서 통역까지 맡았던 앨빈 최(27·캐나다)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캐나다의 한국계 가정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앨빈 최는 2013년부터 PGA 2부 투어 110개 대회를 뛴 선수 출신이다. 앨빈 최는 “3년 전 2부 투어에서 알게 된 성재의 부탁으로 캐디백을 멨다. 이 코스에서 여러 번 쳐본 내 경험을 살려 성재에게 도움을 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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