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3%서 하향… 금리도 동결
마스크 쓴 이주열 총재, 간담회도 유튜브 생중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마스크를 쓴 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위 사진).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기자단 참석 없이 한은 유튜브 채널 등으로 생중계됐다(아래 사진). 뉴스1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통위원들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장에 입장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마스크를 쓴 채 의사봉을 잡았다. 회의 이후에는 기자간담회를 위해 기자실을 찾는 대신에 유튜브용 중계 카메라 앞에 섰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 직접 나서 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해온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꾼 회의장 분위기만큼이나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한국 경제의 현실은 엄중했다.
○ 1분기 성장률 ―0.4%에도 못 미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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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10∼12월) 정부의 대규모 지출 덕에 예상보다 높은 1.2% 성장을 했던 만큼 올해 1분기 성장률 둔화는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수출, 투자 등이 급격히 위축됐고 정부가 재정을 당장 투입하기 쉽지 않아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당초 상반기(1∼6월) 민간소비부문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1.9%로 봤으나 이날 1.1%로 크게 낮췄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4.9%에서 4.7%로, 상품수출 증가율은 2.2%에서 1.9%로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이에 한은이 새로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해 11월 내놓았던 2.3%보다 낮은 2.1%로 하향 조정됐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이번 경제전망은 (코로나19 사태가) 3월 중 정점에 이르고 이후 진정될 것이란 전제 아래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타격을 받게 된다고 본 것이다. 다만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과 달리 하반기(7∼12월) 성장률 전망치는 2.2%에서 2.6%로 0.4%포인트 상향했다. 사태가 진정되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소비 등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 상당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각각 1.9%, 1.6%로 내다봤고, 최악의 경우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신중한 한은…금리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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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상승하던 코스피는 한은이 금리 동결을 선택하자 하락세로 전환하며 전날보다 1.05% 하락한 2,054.89로 거래를 마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동결은 인하 시점을 4월로 미룬 것에 불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