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현실세계. 작은 꾸러미를 길 중앙에 두고 마스크로 무장한 두 사람이 멀찌감치 떨어져 마주 선 장면이 신문에 실렸다. 중국 베이징의 KFC, 피자헛 등이 2월 초부터 시작한 ‘비접촉 배달 서비스’란다. 배달 직원이 고객이 원하는 곳에 피자를 놓고 안전거리인 2m 뒤로 물러서면 고객이 다가와 챙겨가는 식이다.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2m 내 접촉을 피한다는 취지다. 런민왕에 따르면 이 밖에도 다양한 ‘비접촉’ 판매 방식이 등장했다고 한다. 고객과의 사이에 2m 나무판을 놓고 이를 미끄럼틀 삼아 만두를 건네고 잔돈은 국자에 담아주는 만두가게가 있는가 하면, 고객이 온라인 주문 뒤 지정된 무인공간에서 제품을 찾아가게 하는 서비스도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권한다. 즉, 모든 유증상자와 잠재적 감염자들을 이동 없이 그 자리에 있게 하는 ‘움직이지 않기’, 그리고 2m 이내 비말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감안해 사람 간에 거리를 두는 ‘거리 두기’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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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건 재난이건 일이 터지면 그 사회의 취약한 계층이 가장 힘들어진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제외하면 취약계층 돌봄 시설에서 집단 발병이 많다고 한다. 사람 간에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어도 약자들에 대한 마음은 가까워질수록 좋은 것 아닐까. 바이러스라는 작은 존재가 사람들 간의 직접 접촉을 막고 서로를 고립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 타인을 바이러스 덩어리로 여기고 경계해야 하는 현실은 코로나19 확산이 던져주는 새 풍속도 중 참으로 씁쓸한 대목이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