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 16일 발생한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가운데, 지역사회 감염 시작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29번 환자 발생과 관련해 “이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 코로나19 환자 중 가장 고령인 29번 환자(82세, 남성)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다. 또한 기존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감염 경로와 감염원이 불투명한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이분 자체가 중국 여행 이력도 없고, 그다음에 초기 증상이 오히려 심근 경색 증상에 가까웠다. 그래서 엑스레이와 CT를 찍었더니 폐렴이 확인됐던 분이었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들이 이제는 ‘여행 이력만으로 환자를 보면 안 되겠구나, 폐렴이 있는 환자들도 같이 선별해서 검사해 봐야겠구나’라는 일종의 사인을 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 환자들로 인해서 우리나라 내에서 역학적 고리가 없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본격적인 확산기라고 보통 얘기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일단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판단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29번 환자의 아내 역시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30번째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발병 양상을 봐야 하는데, 29번 환자와 30번 환자가 동시에 감염된 형태인 건지, 29번에서 30번으로 넘어온 건지에 따라 (상황이) 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상황은 역할 조사를 아주 깊이 있게 진행해서 이 내막을 잘 밝혀내는 게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의료기관의 대응 태세 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학 병원 또는 종합 병원급 등 대형 병원들은 이런 환자에 대한 내원 준비가 잘 되어 있긴 하다”며 “그런데 의원급이라든지 중소 병원에 다니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이런 병원들이 준비를 지금부터 빨리 해야 하고, 의료기관의 대응 방법 등 이런 것들을 정정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이번 주 내내 열심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