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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총 4관왕을 차지하면서 101년 한국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이에 따라 ‘기생충’을 만든 숨은 공로자들을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음악계에서 대표적인 공로자는 정재일 음악감독이다.
정 감독이 만든 ‘기생충’의 삽입곡 ‘소주한잔(A Glass of Soju)’은 지난해 말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의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후보로 지명되는 것은 불발됐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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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시카 징글’로도 통하는 ‘제시카 송’은 극 중 기정 역의 박소담이 불렀다. 기정이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고 읊는다. 그녀가 ‘독도는 우리땅’ 선율에 맞춰 자신의 허위 프로필을 외운 것이다.
‘제시카 송’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일부에서는 일찌감치 이 곡이 아카데미의 ‘주제가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DM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돼 유튜브 등에 떠돌아다녔다.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가 적힌 티셔츠·머그컵 등이 온라인 몰에서 팔리기도 했다. 원곡 ‘독도는 우리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데 ‘소주한잔’이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올랐던 것이다. 일부 중년은 이 곡의 제목을 듣고 임창정의 ‘소주한잔’을 떠올렸을 정도로 관객들의 뇌리에는 박혀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이 곡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삽입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관객이 극장 밖으로 나갈 때 흘러나오니 인상 깊지 않을 수 있다.
‘기생충’ OST에도 실린 해당 곡에는 가난 속에서도 분투하며 사는 극 중 기우의 상황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 기우를 연기한 최우식이 직접 불렀다. 기우의 처연한 상황이 유머러스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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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앞서 ‘소주 한 잔’에 대해 “젊은층은 다 잘 되기를 바랄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고 쉽지가 않다. 거기서 오는 슬픔, 두려움이 있다.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 느낌도 영화의 작은 일부다. 거기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식군의 느낌이 담긴 노래가,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주한잔’의 노랫말은 봉 감독이 직접 지었다. ‘기생충’의 정 감독이 작·편곡했다. 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를 어떻게 끝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봉준호) 감독님이 관객이 집에 갈 때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기에 그런 씁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칸 국제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골든글로브’의 ‘외국어 영화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 음악 은 영화 창작자인 봉 감독과 정 감독의 내밀함이 잘 맞아떨어진 좋은 사례다. 봉 감독, 정 감독은 앞서 영화 ‘옥자’(2017)에서도 시너지를 냈다.
정 감독은 ‘기생충’의 오리지널스 코어로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와 ‘청룡영화상’ 음악상 후보, ‘부일영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정 감독과 봉 감독은 지난 2014년 영화 ‘해무’의 음악감독과 제작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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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감독은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결국 봉준호 감독이 만드신 크리에이티브한 화면을 받아들였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밴드 ‘긱스’ 등에서 활약한 정 감독은 대중음악계에서 ‘천재 뮤지션’으로 통한다. 가수 박효신과 협업으로 유명하며 연극, 무용, 뮤지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음악가’다.
한편 정 감독은 15일 오후 6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단독 콘서트 ‘정재일 인 콘서트’를 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