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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쉬쉬’ ‘주치의 감염’ 등 루머에…의료진 “가짜뉴스가 더 힘들어”

입력 | 2020-02-07 21:04:00


“‘담당 주치의가 감염이 돼서 입원했다’ ‘병원에서 뭔가 쉬쉬하고 있다’ ‘그 병원에 가면 큰일 난다더라’ 이런 루머들이 환자 치료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8번 환자(62·여)의 주치의인 원광대병원 이재훈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환자도 치료했다. 당시 환자는 폐렴이 악화해 결국 숨졌다. 이번 환자만큼은 꼭 살리겠다고 마음먹고 불철주야 뛰었다.

하지만 이상한 소문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다. 지난달 23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칭다오(靑島)를 거쳐 입국한 8번 환자가 원광대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순식간에 이상한 소문이 났다. ‘이 곳 의료진이 모두 감염이 됐다’, ‘그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가 15% 이상 급감하고, 매일 1억 원씩 손해는 보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의료진은 8번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직후부터 응급실 옆 격리실에서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검사를 했다. 감염 우려가 없는 안전한 상황이었다. 현장 파악이 제대로 안된 전북도청은 8번 환자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자 갑자기 응급실을 전부 폐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7일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 22명(퇴원자 2명 제외)은 원광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9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완치 판정을 받은 2명은 무사히 퇴원했다. 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라는 강적에 맞서 전장을 지키는 의료인들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는 유독 가짜 뉴스와 악성 루머가 많은 것이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도 음압격리병동에서 일했던 박미연 명지병원 간호팀장은 “메르스 환자들에게는 없었던 악성댓글이나 편견이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향해서는 심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명지병원에 입원 중인 3번 환자(54)는 확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줄곧 ‘증상이 나타난 걸 알면서도 일부러 지역사회를 돌았다’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같은 곳에 입원 중인 17번 환자(28)는 동선이 자세히 담긴 공문이 온라인 상에서 먼저 떠돌았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 커서 의료진의 고충도 큰 상황이다. 박 팀장은 “환자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경과가 안좋아지기도 해서 의료진도 힘들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위생에 철저히 신경쓰고 있음에도 여전히 의료진을 기피하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박 팀장은 “병실에 들어갈 때는 앞치마, 속장갑, 겉장갑, 마스크 등 8종류로 이뤄진 레벨D 방호복을 갖춰 입는다. 탈의할 때는 장비를 하나씩 벗을 때마다 감염여부를 체크하고 소독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이렇게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런 과정을 모르는 지인들이 만남을 부담스러워해서 스스로 모임 참석을 자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의료진은 환자 완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완치된 1번 환자의 엑스레이 판독을 맡았던 인천의료원 오경중 영상의학과장은 “환자가 격리된 상태라 이동형 엑스레이를 사용해야 했다”며 “일반 환자라면 1분도 안걸리는 촬영이지만 이를 위해 방사선사 1명이 한 시간 가까이 방호복을 입고 벗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민 명지병원 영양팀장은 환자들의 쾌유를 바라며 ‘코로나 특식’을 준비하고 있다. 하 팀장은 “환자들도 어찌보면 희생자인데 잘 먹고 빨리 건강해지라고 삼계탕, 갈비탕 같은 영양식을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은지 기자wizi@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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