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19번 환자는 강남 거주자… 같은 아파트 9500가구 주민들 발칵

입력 | 2020-02-07 03:00:00

[신종 코로나 확산]
송파구서도 확진… 주민 불안 확산




6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송파구 9500여 가구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 5명이 아파트 단지에 있는 도서관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아파트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었다. 주민들이 잠시 뒤 책과 필기구 등을 잔뜩 들고나왔다. 같은 시각 이 아파트 단지 내 체육관, 골프연습장 등 28개 공용시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9번 확진자로 판정된 A 씨(36)가 사는 곳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9500여 입주 가구에 입주자들만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당분간 모든 공용시설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그러자 주민들이 자기 물건을 가져가려고 급하게 시설을 찾아간 것이다.

19번 확진자는 서울 강남의 호텔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오간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주민등록 인구만 165만여 명에 이르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신종 코로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국적 기업 직원인 A 씨가 지난달 23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해 4일 발열 증세를 보여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가 귀국한 후 자진 신고할 때까지 12일 동안의 동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송파구 아파트 일대 ‘발칵’

6일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는 지나다니는 주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확진자가 거주하는 동 앞에 있는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방역용 마스크를 쓴 입주민 장모 씨(60·여)는 “평소하곤 달리 지나다니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며 “주민들은 확진자가 아파트 단지 내 어떤 곳을 다녔는지 몰라 외출을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파트 반경 1.5km 안에 있는 초등학교 세 곳(해누리초, 가락초, 가원초)도 이날 모두 휴교했다. 가원초는 학부모 1명이 19번 확진자와 함께 식사했다는 이유로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있는 해누리초와 가락초도 이날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는 등교한 학생들을 전부 돌려보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A 씨는 자녀 없이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학교들이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을 한 것이다. 해누리초 관계자는 “재학생 99%가 (A 씨가 사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휴교해야 할지는 교육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확인되지 않은 송파구 다중이용시설들도 이날 문을 닫았다. 송파구는 구가 운영하는 책박물관과 체육문화회관, 청소년센터 4곳과 경로당 등 시설을 이달 16일까지, 도서관 11곳을 17일까지 휴관하고 방역하겠다고 밝혔다.

○ 확진자 다녀간 호텔 식당, 수도권 아웃렛도 휴업

A 씨가 귀국 후 다녀간 서울 강남의 호텔 식당과 인천 연수구의 대형 쇼핑몰도 이날 휴업했다. 업체 측이 보건 당국으로부터 A 씨의 방문 사실을 전달받은 뒤 이런 조치를 한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는 1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의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의 호텔 ‘르메르디앙 서울’ 1층 뷔페식당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했다. 호텔 관계자는 “A 씨가 식당이 아닌 다른 시설을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40대 여성과 남편, 자녀 2명이 A 씨와 1일 서울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날 격리됐다. 하지만 이 가족이 A 씨와 강남의 호텔에서 함께 식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 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엔 인천 연수구의 대형 쇼핑몰인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을 다녀갔다. 아웃렛 측은 “A 씨가 어떤 매장을 이용했는지 모르겠다”며 “일단 모든 매장 문을 닫고 방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아웃렛이 있는 연수구 송도동의 유치원 3곳과 초중고교 6곳에 휴업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가 격리된 A 씨의 부인이 근무하는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웰빙센터는 이날 휴업을 하지는 않았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들은 건물 안에서 전부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A 씨의 부인이 보건 당국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은 A 씨 부인만 격리하고 다른 직원들은 그대로 출근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전채은·신지환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