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씨는 지난해 말 모바일 채팅 앱 ‘위챗’에 있는 의대 동기 단체방에서 자신의 환자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병을 진단받고 격리 중이라는 소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당국은 그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조사한 후 침묵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겨우 풀려났다. 당국은 리 씨의 동료 7명에게도 같은 서명을 강요했다.
우한 경찰서는 리원량 씨에게 ‘당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꾸짖으며 위법행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리 씨는 “당시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국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지난달 28일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리 씨는 코로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내부고발자’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시민들은 “당국이 그의 경고를 제 때 귀담아 들었다면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용기를 칭송했다. 당국으로부터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이가 ‘영웅’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확진 판정 후 리 씨는 집중치료실에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 그는 병상에서 진행한 4일 미 CNN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당국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던 정황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의 미진한 초기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당시에도 심한 기침과 발열로 통화가 어려워 위챗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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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의 전체 감염자 수는 1만117명, 사망자 수는 414명이다. 전 세계 감염자 2만8138명의 3분의 1이상, 전체 사망자 564명의 약 80%가 후베이성의 중심 도시인 우한에 몰려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