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설탕없는 과자공장’ 대표
설탕없는 과자공장’의 간판 제품인 무설탕 저탄수화물 스콘의 반죽을 잘라 들어 보이는 오세정 대표. 그는 “당뇨 때문에 설탕을 먹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달콤한 간식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얘기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외가에 당뇨병 가족력이 있어 중년이 되면 나도 위험할 텐데 빵과 과자를 너무 사랑하니 불안했다. 보람 없이 분주하기만 했던 회사 생활을 멈추고 싶은 마음도 컸다. ‘왜 일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오 대표는 의류업체 마케팅 기획자로 일하던 시절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무설탕 초콜릿을 트렁크 가득 사왔다. ‘어머니처럼 단맛을 그리워하는 당뇨병 환자의 수요가 적지 않으리라’ 기대하며 2015년 덜컥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 김포에 창고를 빌려 미국산 무설탕 초콜릿 수입유통업을 시작했다. 1년 만에 쓴 실패를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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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틈틈이 제과기술을 배우며 수입한 무설탕 과자의 성분분석표를 꼼꼼히 살폈다. 몸속에 쌓이지 않고 쉽게 배출되는 저칼로리 감미료인 에리트리톨 말티톨 알룰로스 스테비아가 많이 쓰이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작은 제과점을 열어 설탕 대신 저칼로리 감미료를 넣은 과자를 직접 구워 팔았다. 이 두 번째 사업도 2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감미료 수입업체가 없어 식품공학연구소 등에서 비싸게 사야 하는 게 맹점이었다.
무설탕 저탄수화물 스콘. 밀가루 대신 아몬드와 코코넛 가루를 사용해 단백질 함량을 높였다. 설탕없는 과자공장 제공
콩, 아몬드, 단호박 가루로 만든 단단파운드. 설탕없는 과자공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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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지만 ‘설탕은 나쁜 재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당뇨 때문에 설탕을 먹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단것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자기 몸 상태를 파악하고 무엇이든 양을 조절하며 먹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어떤 재료는 무조건 몸에 좋고 어떤 재료는 무조건 나쁘다’는 시각이 위험하다는 걸, 이 일을 할수록 깨닫게 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