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반등을 기대하던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증시 등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기 시작한데 이어 사태가 길어지면 실물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생산, 소비 부진에 따라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감염증 공포로 소비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주 새 국내 증시 104조 원 증발
신종 코로나 확산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금융시장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2,119.01로 마감해,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17일보다 5.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도 6.67%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88조 원, 코스닥은 16조 원 줄었다. 단 2주 동안 국내 증시에서 104조 원이 증발한 것이다.
세계 증시도 최근 열흘 새 시가총액이 3000조 원 넘게 줄었다. 2일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 이들 주요국 증시 시총은 86조6050억 달러(약 10경3216조 원)로 세계 증시가 신종코로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직전인 지난달 20일(89조1560억 달러)보다 2조5510억 달러(2.8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소비 등 실물경제 충격 불가피
신종 코로나 확산이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과 소비가 꺾이면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도 수출과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따른 한국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는 각각 연간 0.1%포인트, 0.3%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하는 수준의 충격이 발생하면 한국 GDP는 1분기에 0.2% 감소하며, 그 영향이 4개 분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관광 및 소비도 비상상황이다. 입국 제한 등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면세점 매출 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불안감에 외출을 줄이게 돼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관광객이 202만1000명 줄어들고, 관광수입은 2조9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경제적 대책을 마련해놓고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