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웨이브(콘텐츠웨이브 제공)© 뉴스1
국내 OTT 시장이 본격적인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용자들이 어떤 OTT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여러가지 다양한 서비스를 고르는 선택의 즐거움 보다는 각 OTT 사업자들이 배타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려면 여러개 OTT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OTT서비스 넷플릭스가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손잡고 만든 OTT ‘웨이브’와 KT가 독자적으로 만든 OTT ‘시즌’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토종 콘텐츠 강자 tvN 및 JTBC가 만든 새로운 OTT도 상반기 내 출격을 기다리는 중이다.
문제는 OTT 플랫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방송사들이 개별 플랫폼에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상파 OTT 웨이브에서는 tvN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웨이브 출범 초기 콘텐츠를 제공했던 JTBC도 빠졌다. 반대로 tvN과 JTBC에선 MBC 놀면뭐하니, SBS 스토브리그 등 인기 콘텐츠를 볼 수 없다.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여기에 전통의 OTT 강자 넷플릭스는 영화, 해외 드라마 시리즈, 다큐멘터리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국내 방송 콘텐츠는 많지 않다.
이처럼 인기콘텐츠가 각 OTT별로 흩어지면서 이용자들은 1개의 OTT만 선택해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국내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OTT가 생겨나면서 예전에는 1주일만 지나면 무료로 볼 수 있었던 다시보기 서비스가 월정액으로 전환되거나, 여러 채널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OTT가 갑자기 중요 프로그램을 누락시키는 등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OTT가 확산한 미국은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점령한 OTT 시장에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통신사 AT&T와 손잡은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과 같은 초대형 OTT가 진입하면서 인기 콘텐츠의 파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OTT 이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1개 이상의 OTT를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고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지난해 OTT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OTT 이용자 중 29%가 3개 이상의 OTT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21%로 조사 대상의 50%가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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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가입해야 할 경우 경제적인 부담의 증가뿐만 아니라, 다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인 피로도 역시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S&P의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이용자는 다수의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보다 제한된 개수의 서비스 이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미국 가구는 평균 2.4개(2018년 기준)의 OTT 서비스에 가입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OTT 서비스 각각이 고도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과거와 같이 단일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시청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복수의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준석 KISDI 방송미디어실 연구위원은 “다수의 OTT 서비스 동시 가입(multi-subscription)을 통한 콘텐츠 이용 욕구를 충족하는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관련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OTT 서비스 복수 이용자의 피로도 및 경제적 부담감이 커질 경우, 관련 시장 성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