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배경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이 있었다.
윤 총장의 측근들을 대거 좌천시킨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새롭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에 대한 판단을 열흘 동안 보류하고, 청와대가 반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22일 이 지검장과 첫 주례 회동을 가진 이후 3차례나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지시해 중간간부 인사 당일인 23일 기소를 강행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의 2018년 6·13 지방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에서도 윤 총장이 전면에 나서 수사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엔 조 전 장관 아들이 최 비서관이 청와대 근무 직전 근무했던 로펌에서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고려대와 연세대 등의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수사 결과가 적시돼 있었다.
당시엔 검찰의 출석 요구를 세차례나 거부한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는 당연시됐다. 하지만 8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 검사장과 대검찰청의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 등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검찰 수뇌부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심 검사장은 조 전 장관을 유재수 전 부산시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하는데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조 전 장관 비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송경호 2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는 이 검사장이 부임한 13일 직후에 있었던 업무보고를 통해 “윤 총장 및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과 협의한 내용”이라며 최 비서관 기소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검사장이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열흘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갈등은 22일에 증폭됐다. 이날 오후 4시경 윤 총장은 집무실에서 이 검사장의 부임 뒤 받은 첫 주례회동을 갖고 최 비서곤의 기소 문제를 논의했다. 이 검사장이 윤 총장에게 “최 비서관을 불러서 조사한 뒤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총장은 “즉시 기소”를 지시했다.
청와대도 이날 공방에 뛰어들었다. 청와대는 “전형적인 조작수사이고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 윤 총장의 재차 지시에 기소…이 지검장 불쾌감 표시
하지만 송 차장검사는 자신과 고 부장검사에 대한 좌천성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약 한 시간 전인 23일 오전 9시경 차장검사 전결로 송 비서관을 기소했다. 이 검사장은 결국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총장이 재차 송 비서관의 기소를 지시했기 때문에 윤 총장의 뜻을 거스러지는 않았다. 이 검사장은 기소 이후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검사장의 결제 없이 차장 전결로만 기소가 된 것에 대해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위임결재규정’에 따라 차장검사 전결로 기소가 이뤄져 절차상 문제는 없다”면서 “조 전 장관 기소 당시에도 차장전결로 기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최 비서관 기소가 윤 총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만큼 중간 간부까지 바뀌는 다음달 3일 이후 청와대와 범여권 인사를 상대로 한 현재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신동진 기자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