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검사 승진대상자 인사검증 하면서 ‘이석기 처분 옳다고 생각하나’ 물은 靑

입력 | 2020-01-23 03:00:00

[법무부-검찰 갈등]공직기강비서관실, 전화로 진행
본인 처리사건 묻는 관례 벗어나 “검사재산 왜 이것뿐이냐” 묻기도
일부 검사들 “사실상 사상검증”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이 23일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해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15일경부터 승진 대상자를 상대로 전화로 인사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승진 대상자에게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 처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시 처분이 지금도 옳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국가 기간 시설 파괴를 준비하자”는 발언을 해 검찰에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월 징역 9년 형이 확정됐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진당의 정당 해산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결정했다.

승진 대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의 통상적인 질문은 ‘검사가 처리했던 사건에 대해 옳게 처리했다고 생각하느냐’ 등이라고 한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질문을 사실상 사상검증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A 검사는 “사건을 옳게 처리했다고 믿지만 진보적 성향을 지닌 정부의 인사 검증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인사 검증과는 동떨어진 질문을 하기도 했다.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B 검사는 자신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배우자의 결혼 전 이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 행정관은 재산이 적은 검사들에게 “아이고 검사님이 왜 재산이 이것밖에 안 되시느냐.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검증과는 전혀 별개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C 검사는 “인사 검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질문을 많이 해 보이스피싱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