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 동맹 유지하려면 더 부담해야”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의 오랜 요청에도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이 미흡했다는 지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이 상태를 그대로 놔두기에는 미국과 한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가 너무 크고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장관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한반도 평화 수호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한국은 자국 방위에 더 많이 이바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한국은 ‘동등한’ 파트너이자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방위비 분담을 증액을 압박한 대목이다.
이들은 “한국은 한반도 미군 주둔의 가장 직접적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두 장관은 “협소하게 정의된 (방위비) 비용은 전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고도로 발달된 기술 시대에 미국이 선진 군사능력을 포함해 한국에 제공하는 기여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또 “분담금 협정 내역을 개선하면 양측 모두 혜택을 볼 것”이라며 기존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틀을 변경하자는 기존의 요구를 재차 확인했다. 미국 측은 주한미군의 훈련비용 등까지 한국에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는 ‘준비태세(readiness)’ 항목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두 장관은 “한국이 더 많이 분담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세계에서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린치핀)으로 계속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린치핀’은 한국이 핵심동맹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써온 표현이다. ‘린치핀 동맹’을 유지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강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위비 협상 직후 공동 기고문 게재
미국 측은 14일부터 이틀 간 워싱턴에서 양국 간 제6차 SMA 협상 경과를 지켜보며 공동기고문의 게재 여부와 시점 등을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두 장관은 공동 기고문을 게재했고, 주한미국대사관은 기고문 게재를 기다렸다는 듯 거의 같은 시간에 미리 준비된 한글 번역본을 대사관 웹사이트에 올렸다.
한국 측 관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워싱턴에서의 6차 협상이 양국 간의 여전한 입장차를 확인하며 큰 진전 없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두 장관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노골적으로 증액 압박에 나선 셈이기 때문. 이런 미국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의 협상도 날 선 신경전 속에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협정이 지난해 말 종료된 뒤 협정 공백상태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간도 쫓기는 상황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