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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망자 1년새 12% 줄어… 내년엔 2000명대로 감소 기대

입력 | 2019-12-27 03:00:00

[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
<25·끝> 보행자 위주 교통체계




26일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큰 사진 왼쪽)이 이날 준공된 대전 서구 도마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통학로를 어린이들과 함께 걷고 있다. 올 3월까지 이곳은 좁은 통학로를 전신주가 가로막고 있어 어린이들이 차로로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작은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동아일보DB

경찰청이 집계한 올 들어 11월까지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33명으로 한 달 평균 276명이다. 이대로라면 산술적으로 올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3312명이 된다. 지난해의 3781명에 비해 12.4%가 감소한 것인데 내년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 2000명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621명이었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3000명대로 떨어지는 등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2017년(4185명)의 절반 수준(2093명)까지 낮추겠다는 국정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를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의 시행과 교통안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증가한 것 등이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올해 3월 11일부터 시작한 ‘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 교통안전 캠페인 연속 보도를 통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필요한 관련 제도의 정비와 교통 문화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올 한 해 교통안전 분야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전문가들한테서 들었다.

김성 손해보험협회 공익사업부장은 2019년을 “‘안전속도 5030’으로 대표되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가 자리를 잡는 원년이었다”고 평가했다. 안전속도 5030은 현재 최고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인 도심 자동차 주행 속도를 간선도로는 시속 50km, 이면도로는 시속 30km로 낮추는 것이다. 과속을 막아 교통사고를 줄이고 차량이 보행자를 치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유럽의 주요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제도다. 부산시가 올 11월 시내 모든 도로에서 안전속도 5030을 적용해 시행에 들어갔고 서울과 대구 등은 일부 도로에서 시행 중인데 보행자 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1년 4월부터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에 이 제도가 적용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안전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위원은 “단순히 차량 주행속도를 낮추고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도로 중간에 보행자 대피시설인 ‘보행섬’을 놓거나 음주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첨단 안전장치 장착 차량 보급 같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도 “올해 버스나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감소한 것은 차로 이탈 경보장치, 전방 충돌 방지장치 장착 등을 의무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수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사고와 부상자를 예방하는 데까지 교통정책의 초점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경찰에 접수되지 않고 보험사 선에서 처리되는 사고를 보면 부상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 시설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부상자 증가는 경찰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11월 교통사고 부상자는 31만3136명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만6574명에 비해 5.6% 증가한 것이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통학 교수도 “사고를 유발하는 낡은 교량이나 도로 등을 정비하는 데 들이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10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이 강화된 것을 성과로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민식이법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우선적으로 무인단속카메라와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토록 하고, 스쿨존에서 12세 이하 어린이 사상 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민식이법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민식이법의 입법 취지를 잘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교통안전 과제는 지난 10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이용자 확산과 고령 운전자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동수 원장은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상 퍼스널모빌리티는 ‘차’로만 규정돼 있어 자전거도로로는 다닐 수 없는 등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런 법과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옥 부장은 “첨단 안전기술이 아무리 많이 등장해도 안전을 지키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라며 “안전한 교통문화를 실천하고 관련 제도가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선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린이 통학차량 사각지대 해소하고 스쿨존 불법 노상주차장 폐지 이끌어 ▼

본보 ‘생명운전’ 기획 연속보도… ‘세림이법’ 확대적용 등 공론화

올해 5월 인천 연수구의 한 사거리에서 어린이 5명이 타고 있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이 다른 차량과 충돌해 8세 어린이 2명이 숨진 사고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체육시설 어린이 통학차량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도로교통법은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규정하고 △운전자 외 성인 보호자 동승 △탑승 어린이 전원 안전띠 착용 △하차 확인 장치 설치 등을 의무화했으나 사고가 난 축구클럽 차량은 어린이 통학차량에 해당되지 않아 이런 의무를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자신이 다니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김세림 양(당시 3세) 사고를 계기로 모든 통학차량에 성인 보호자가 동승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른바 ‘세림이법’)이 2017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연수구에서 사고가 난 차량에는 운전자 외에는 안전벨트 착용 등을 지도할 성인 보호자가 없었다.

이 사고 이후 본보는 경기 종목에 관계없이 모든 스포츠클럽의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해 운전자 외 성인 보호자 동승 등의 의무를 부과토록 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사고로 숨진 김태호 군과 정유찬 군 부모들의 호소와 국민들의 관심까지 보태지자 정부는 7월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에 세림이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도로교통법과 체육시설법 개정안(이른바 ‘태호유찬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5월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돼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본보가 3월 보도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불법 노상주차장’ 문제는 정부의 스쿨존 불법 노상주차장 폐지 계획 발표로 이어졌다. 스쿨존에서 학교, 유치원 등의 주 출입문과 직접 연결된 도로의 노상주차장은 모두 불법 시설이다. 2011년엔 지방자치단체에 이런 주차장을 폐지하도록 했지만 그동안 방치돼 왔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10월 ‘스쿨존 불법 노상주차장 폐지 계획’을 발표하고 전국의 스쿨존 내 불법 주차장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없애기로 했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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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