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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은 기본, 원색으로 포인트… 이게 ‘뉴 노르딕’ 스타일”

입력 | 2019-12-25 03:00:00

스웨덴 건축가 다니엘 헥셰르, 낡은 아파트 리모델링 과정 공개
최근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참석
“한국은 도자기-케이팝-패션 분야… 슈퍼디자인 파워를 가진 나라”




스웨덴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설립자인 다니엘 헥셰르는 고풍스러운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공간 디자인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사진은 19세기에 패션브랜드 본사 사무실로 사용됐던 건물을 주거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히든 틴츠’.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 제공

“북유럽의 인테리어와 가구가 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냐고요? 화려한 장식보다는 기능을 우선시한 실용주의에 비결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남유럽에서는 스타일을 중시했지만 스칸디나비아는 심플하면서도 편리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해 왔습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웨덴의 디자인 그룹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설립 멤버이자 감각적인 공간 건축가로 유명한 다니엘 헥셰르(46). 그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석해 ‘하나로 모인 생각’을 주제로 북유럽 디자인 철학에 대해 강의했다.

헥셰르는 최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1988년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고 인테리어를 공개하는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보통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화이트나 그레이 등 심플한 색상이 주가 되는 것과는 달리, 그는 핑크와 블루 등 감각적인 색상을 믹스하고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경쾌하게 변신시켰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 세계 주거공간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한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는데 중국이나 브라질에서도 제 집을 봤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평소 고객 성향이나 예산상 제약 때문에 못했던 색채 표현이나 소재에 대한 실험을 맘껏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입니다. 내 집이 어린 시절 갖고 놀던 공구박스나 실험연구소가 된 기분이었죠.”

다니엘 헥셰르가 1988년 지은 자신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전 세계에 공개한 프로젝트. 부엌(왼쪽 사진)과 복도 벽을 다양한 색채와 그림, 타일로 꾸며 새롭게 디자인했다.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 제공

보통 스칸디나비아에서 가구가 발전한 까닭에 대해서는 겨울철 추운 날씨에 실내생활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유럽의 경제적 상황에 따른 해석도 추가했다.

“원래 유럽에서 가구와 디자인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가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래 지난 10년간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경제침체를 겪었어요. 이곳의 우수한 디자이너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기업들과 앞다퉈 협업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게 됐죠.”

실제로 덴마크의 ‘무토’나 ‘헤이하우스’ 같은 디자인 브랜드는 ‘뉴(New) 노르딕’을 추구한다. 전통적으로 무채색 위주였던 북유럽 스타일 가구에서 벗어나 내추럴한 원색을 사용하기도 하고, 남유럽 스타일의 화려함을 가미하기도 한다.

헥셰르는 올해 5월에도 한국 기업과 디자인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한국은 도자기 같은 전통 공예품을 비롯해 케이팝, 패션 분야에서 슈퍼디자인 파워를 가진 국가”라며 “그런데 현대적인 가구, 인테리어, 생활용품 등에서 뚜렷한 디자인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한국인들이 가진 자신감과 정체성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8명의 디자이너와 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는 최고경영자(CEO) 없이 수평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작업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수석, 시니어, 주니어, 인턴 같은 위계적 질서가 없다”며 “고참이라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인턴이 낸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헥셰르

“보통 많은 건축·디자인 사무소 이름은 설립자 이름을 따서 짓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수십 명이 함께 협업을 통해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젝트의 성공을 한 사람 이름으로 공을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채용할 때 컴퓨터 기술보다 협업할 자세를 갖춘 사람을 먼저 뽑습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