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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글로벌 대박… 청년 창업 마중물 되길[광화문에서/신수정]

입력 | 2019-12-18 03:00:00


신수정 산업2부 차장

공고와 전문대를 나와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배달 시장 가능성을 보고 회사를 차렸다. 2010년 6월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된 이 회사가 김봉진 대표(43)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음식점 전단을 줍는 것이 일이었고, 길거리를 발로 뛰면서 보이는 대로 다 주웠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7차례에 걸쳐 받은 외부 투자액은 5000억 원이 넘는다. 투자를 받을 때마다 기업 가치는 계속 올랐다. 이달 13일, 배달 앱 세계 1위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DH)는 우아한형제들을 40억 달러(약 4조67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달 글로벌 뷰티 기업인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만든 사람은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43)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하던 이 대표는 피부과에서 비비크림을 접한 뒤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04년 28세의 나이로 이 대표가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닥터자르트를 에스티로더는 2조 원에 사갔다.

수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사업을 수조 원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킨 자수성가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로 많은 청년들을 창업으로 이끈다. 실제로 최근 국내 벤처업계에는 실력을 가진 젊은 창업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따낸 토스의 이승건 대표(37)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치과 의사로 일하다 ‘기업으로 이 사회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 법인을 설립했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선보인 토스는 성장을 거듭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35위로 이름을 올렸다. 모텔 종업원 출신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숙박앱 ‘야놀자’를 창업한 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수진 대표(41), ‘검은사막’으로 단숨에 유니콘으로 도약한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를 이끌고 있는 스타 게임개발자 출신 김대일 의장(39) 등은 한국 벤처업계의 새로운 주역들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8 벤처천억기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1000억 원이 넘은 벤처기업은 587곳이었다. 이 587곳의 전체 종사자는 22만5442명이다. 재계 순위로 따지면 삼성(25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전체 매출액은 134조 원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에 이어 재계 4위 규모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성장하는 혁신 벤처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인재들이 적극 창업에 뛰어들게 하고,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속도를 내야 한다.

“모든 위대한 것의 시작은 별 볼 일 없었다.” 김봉진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애플과 아마존도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다.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대신 가시밭길 창업을 선택한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