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효 ADT캡스 신임 대표 (SK텔레콤 제공) 2019.3.28/뉴스1
“명절에 만나서도 사업 이야기는 하지 않겠죠?”
최근 SK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형제 대표이사’가 등장해 주목된다.
‘기업의 별’로 불리는 임원이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한 집안 형제가 최고직인 대표이사 자리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
주인공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와 박진효 ADT캡스 대표이사 겸 SK텔레콤 보안사업부장이다. ADT캡스는 2018년 SK텔레콤이 인수하면서 SK그룹사가 됐다. 보안사업부는 SK텔레콤의 4대 사업부중 하나다.
앞서 2015년 SK C&C 대표이사로 승진한 박정호 사장에 이어 동생인 박진효 전 SK텔레콤 ICT기술원장도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영전한 셈이다. SK그룹이 지난 8월부터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직급을 폐지했지만 기존 전무급인 박진효 대표는 이번에 부사장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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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지만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는 평가다. 형인 박정호 사장이 유머러스하고 호탕한 ‘쾌남’이라면, 동생인 박진효 대표는 차분한 스타일이라고 한다. 실제 박정호 사장은 행사에서 언론과 접촉할 때마다 늘 유쾌한 화법으로 주목을 끄는 반면 박진효 대표는 논리적으로 기술을 설명하며 언론의 이해를 높이는 능력을 보여준다.
스타일의 차이만큼 걸어온 길도 다르다. 두 사람 모두 고려대를 졸업했지만 박정호 사장은 경영학을, 박진효 대표는 공학을 수학했다. 전공이 다른 만큼 박정호 사장은 재무·기획전문가, 박진효 대표는 기술전문가로 발돋움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으로 임원으로 승진한 건 꼭 닮았다. 1989년 선경(현 SK네트웍스)에 입사한 박정호 사장은 입사 약 15년만에 상무로 진급하며 ‘별’을 달았다. 그리고 10여년 후인 2015년 1월 SK C&C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SK C&C 대표에 올랐을 때 장동현 SK텔레콤 당시 사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 CEO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했다.
‘형’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동생’ 박진효 ADT캡스 대표 겸 보안사업부장. © News1
관심은 이들 형제의 향후 행보다. 지난 2017년 사장으로 취임한 박정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최장 3년 더 SK텔레콤 수장을 맡을 수 있지만 중간에 그룹에서 더 중요한 직책을 맡아 옮길 가능성도 있다. 그는 그룹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신세기통신과 하이닉스 인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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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박진효 대표가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DT캡스는 물리보안업체지만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ICT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SK텔레콤의 4개 사업부인 이동통신(MNO)과 미디어, 보안, 이커머스 중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박진효 대표는 2~3년 내에 ADT캡스 상장을 이뤄내야 한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정보보안업체인 SK인포섹과의 조화를 통해 더 강력한 사업모델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연결 시대에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ADT캡스 대표 자리는 전망이 밝다”며 “그룹에 M&A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 만큼 박진효 대표가 ADT캡스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 능력만 보여준다면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