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공기업의 비효율적인 경영과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영 성과가 미진한 공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는 세계 경영학자들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학계의 시각은 대체로 둘로 나뉜다. 우선 공기업으로부터 사기업보다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를 가진 학자들이 있다. 반대로, 오히려 공기업이 사기업보다 비교 우위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공기업은 경쟁에서 유리한 각종 정보를 독점하기 쉽고 확실한 내수 시장을 확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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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캐나다 토론토대의 카를로스 이노우에 연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공기업이 왜 부실해지는지를 정치경제학적으로 설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사기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략도 상황에 따라 혁신적으로 수정을 거듭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공기업은 외부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전략적 선택과 활동이 예측 가능할 정도로 일정 수준 패턴화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 근거로 공기업의 전략적 행동과 선거 주기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공기업은 그 나라에서 선거가 있는 해이거나 선거가 가까워지는 시기일수록 필요 이상으로 직원 고용을 확대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경영 성과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 패턴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늘 반복됐다. 선거에 있어서는 고용 창출만큼 단기적으로 확실한 전략은 없으며, 정치권력 집단이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공기업을 통해 이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이노우에 연구원은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추론이 가능한 가설이지만 이전까지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이노우에 연구원은 자신의 분석을 확인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브라질의 전 지자체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5000여 개의 수도 공급 업체를 조사했다. 이 업체들 중엔 공기업도 있고 사기업도 있다. 그래서 4년마다 열리는 브라질 지방선거가 이들 업체의 전략과 경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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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더 뽑기 현상은 선거가 가까워져 올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고, 그 공기업의 재무 성과는 크게 악화됐다. 또 예상했던 대로 유권자들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 이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이런 비효율적인 경영은 개인투자자들이 공기업의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다소 완화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라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물을 다른 나라로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많은 신흥국이 추구하는 국가자본주의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 기업, 경쟁이 아닌 정부와 정치집단이 시장의 중심에서 역할을 하고자 할 경우 대중의 단기적 이익에만 부합하는 포퓰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가 아닌 정치집단의 의지나 의도가 공기업의 경영 성과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시켜 주고 향후 공기업의 나갈 바를 되새기게 하는 연구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