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하명수사 의혹 파문]홍익표, 문건 공개… 입수경위 논란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52)이 작성한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보고서를 처음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방송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홍 대변인은 A4용지 4장 분량의 보고서를 뒤적거리면서 “보고서가 3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에 대한 내용이 60% 정도”라고도 했다.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기존 해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홍 대변인이 검찰이 수사 중인 보고서를 선제적으로 공개했지만 문건 내용과 입수 경위 등을 놓고 의문점은 더 증폭되고 있다.
홍 대변인이 방송에서 공개한 보고서의 분량은 김 전 시장과 측근들이 지역 건설업체 사장과 유착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2장이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내용,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 관련 비리 내용이 각각 1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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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청와대는 “문 전 행정관이 제보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뒤에 추가한 내용 없이 윗분들이 보기 좋게 편집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변인도 청와대가 보고서를 통해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 대변인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울산시청 안에서 떠돌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청와대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 내용을 줬을 뿐”이라는 송 부시장의 주장과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보고서 내용이 수사에 필요한 부분만을 간추렸다는 점에서 수사기관 종사자가 제보 내용을 정밀하게 점검한 결과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첩보보고서를 다수 작성한 경험이 있는 문 전 행정관이 내용을 보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4장 분량을 메시지 등으로 보내기엔 분량이 많고, 보고서가 상당히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업무 범위를 벗어난 야당 광역단체장에 대한 불법 사찰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경찰에 하명(下命) 수사가 내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 먼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별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보고서의 입수 경로를 놓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홍 대변인은 입수 경로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홍 대변인은 “당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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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전에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홍 대변인의 주장을 사실로 보기엔 입수 경로가 불투명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첩보 문건을 이첩받은 경찰과 검찰을 제외하면 확보하기 어려운 보안 문건인 만큼 정상적인 경로로는 외부로 새어 나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성호 hsh0330@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