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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니, 우크라 스캔들 고비마다 ‘-1’로 저장된 의문의 인물과 통화

입력 | 2019-12-05 03:00:00

백악관 상황실 거쳐 전화 연결도… 조사위 “트럼프일 가능성 높다”
탄핵보고서 법사위에 회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주도한 하원 정보위원회가 3일 탄핵 조사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와 직권 남용의 정도가 ‘압도적(overwhelming)’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20 대선 승리’라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비외교적 채널을 가동해 외국 세력을 개입시켰음이 명백하며 탄핵 조사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방해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골자다. 보고서는 이날 밤 정보위 비공개 회의를 통해 찬성 13표, 반대 9표로 가결돼 법사위로 회부됐다. 철저히 소속 당에 따라 표가 갈렸다는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법사위를 거친 뒤 하원 전체회의에서 통과하면 상원으로 넘어간다.

이날 공개된 300쪽 분량의 탄핵 조사 보고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절 ‘대통령의 비행’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축출’에서 시작돼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적절한 통화, 미국의 군사 원조 및 우크라이나 방문의 조건화로 이어지는 8가지 정치적 부당 행위가 명시됐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책략’을 인지하고 있었던 고위 관료들도 함께 지적됐다.

보고서는 두 번째 부당 행위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를 우크라이나 외교에 참여시켜 ‘비정상 외교’를 펼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줄리아니의 통화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의문의 ‘―1’의 존재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은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수사 공표를 압박하던 시기인 8월 8일 줄리아니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던 인물이다. 이 전화를 놓친 줄리아니는 부랴부랴 백악관 교환원과 상황실을 거쳐 통화 연결에 성공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워싱턴으로 소환된 시기인 4월에도 줄리아니와 ‘―1’ 사이에 수차례 통화가 오갔다. 보고서는 중요 고비 때마다 줄리아니와 통화한 이 인물에 대해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이 추측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줄리아니가 부적절한 목적으로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깊숙이 개입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임이 입증되는 셈이다.

2절 ‘대통령의 하원 탄핵조사 방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행위 6가지가 명시됐다. 주요 증인 청문회 참석 차단 시도, 대통령에게 요구된 모든 관련 서류 제작 거부 등이 주된 내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보고서 공개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가리켜 “정신이상이고 역겹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내놨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