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0개 운용, 5년새 비중 2배로… 올해 신규 펀드 중 60%가 ‘해외’ 상장사 10곳중 6곳 주가 저평가
최근 직장인 전모 씨(33·여)는 다음 달로 만기가 다가온 3000만 원 규모의 적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다시 예·적금에 넣자니 연 1%대의 쥐꼬리만 한 이자가 문제고, 주식 투자를 하자니 국내 증시 상황이 너무 안 좋은 데다 손실 위험도 컸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금 투자가 유망하다고 해 알아봤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결국 전 씨는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해외투자펀드를 알아보고 있다.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가 계속되고 국내 증시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묶이면서 투자자들은 돈 굴릴 곳을 찾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전체 펀드에서 해외투자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3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국내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아 해외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운용 자산의 60% 이상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 해외투자펀드로 분류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외투자펀드 수는 4660개로 전체 펀드의 30.3%로 집계됐다. 전체 펀드시장 내 해외투자펀드 비중은 2014년 말 16.2%에서 지난해 말 28.0%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달 30% 선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늘어난 전체 펀드 1001개 중 640개가 해외투자펀드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 저하는 상장사들의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99곳의 올해 3분기(7∼9월)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와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 403곳(67.3%) 시총이 자본총계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의 시총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시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인 것을 고려할 때 해외 시장은 더 나은 상품과 수익률을 찾을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