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멜패스 세계은행 총재(왼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 © 뉴스1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0일 세계은행(WB)과 협력하며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중국 측이 밝혔다. 보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와의 회담을 통해 “WB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다자간 개발기관”이라며 “중국은 WB와의 관계 발전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특히 “환경보호와 생물다양성, 빈곤완화 등 핵심 분야에서 WB와 금융·지적협력 등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국은 ‘거대’ 개발도상국으로서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글로벌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미국과 상대국 제품에 서로 고율관세를 매기는 등의 방식으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엔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등 반칙을 일삼고 있다’며 중국 경제와 기업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해온 상황이다.
맬패스 총재가 작년 5월까지 미 재무부 차관으로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직접 관여했던 인물임을 감안할 때, 리 총리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자국 경제에 대한 미국 측의 비판과 문제 제기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맬패스 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현재 세계 경제는 모든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경제는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고, 개방에 있어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맬패스 총재는 또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과 노령화, 과학기술 혁신, 환경 보호 등에 있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세계은행은 이러한 분야에 있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