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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스웨덴 등 제3국 내세우지 말라” 美에 직거래 요구

입력 | 2019-11-20 03:00:00

김명길 북미실무협상 대표 나서 “적대 철회 안하면 대화 힘들어”
김영철도 “美, 잔꾀 부리고 있어”… 北, 이달들어 9번 대미 압박 메시지
美, 공식대응 자제속 대북전략 고심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19일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 대화는 언제 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 있다”고 했다. 미국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을 내리며 대화 모멘텀 살리기에 나섰지만 북한은 ‘선(先) 제재 해제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선을 그으며 벼랑 끝 전술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 대사는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자리를 마련했던 스웨덴을 향해 “조미가 서로 입장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이상 조미 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국은 더 이상 3국을 내세우면서 조미 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이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북-미 협상 중재자 역할에서 한국에 이어 스웨덴도 배제하면서 미국에 제재 해제와 관련해 직접 답을 달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했던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담화 등 9번의 공개 대미 메시지를 쏟아내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명길 등 북한 대미 외교의 핵심 관계자들 대부분이 돌아가며 메시지를 냈다. 특히 지난 일주일 사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7번의 공개 메시지를 집중시킨 것은 미국의 결단을 서둘러 촉구하면서도, 협상 결렬 시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연이은 대미 압박을 통해 협상 재개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북-미 대화를 주도했던 김영철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가 발표되자 19일 오전 담화를 내고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미 사이에 신뢰 구축이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제재 해제 등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연합훈련 연기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3차 북-미 정상회담 의향을 밝혔는데도 북한이 “미국이 잔꾀를 부리고 있다”(김영철)며 거부한 상황이 되자 미국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김영철 담화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오늘은 밝힐 것이 없다. 내일 반응이 나올지 기다려 보라”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이 기대만큼 호응해오지 않고 있는 것에 실망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한미 전문가 및 당국자들에게 계속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