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 책 펴낸 박후근 서기관 일제강점기 거치며 일본식 변질… 전통 한지, 세계 최고의 복원성 日 석권한 시장 뒤집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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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보존성을 가진 전통 한지를 제대로 만들어서 화지(和紙·일본 종이)가 석권하고 있는 세계 복원용 종이 시장의 판을 뒤집어 보는 게 진정한 극일 아닐까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서 만난 박후근 서기관(54·사진)은 전통 한지와 화지에 대한 비교로 얘기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행정지원과장인 박 서기관은 최근 한지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한지’란 책을 펴냈다.
이 책 표지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지는 한지가 아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박 서기관은 “대부분의 한지가 국산 닥나무를 쓰기는커녕 수입산 닥나무, 심지어 수입 목재 펄프를 원료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통 한지 제조법도 닥나무 껍질을 힘들게 두드리는 대신 기계로 잘라버리는 등 일본식으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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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서기관은 “지금은 수입 재료와 일본식 제조법으로 만들어도 제대로 된 전통 한지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진짜’ 한지라고 할 수 있는 종이를 제대로 대우하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 행안부가 훈장용지에 쓰기 위해 전통 한지의 원형을 재현하는 사업에 성공했음에도 전통 한지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서운한 대목이다.
박 서기관은 “4대 궁궐의 창호지조차 수입 닥나무에 목재 펄프를 섞어 만든 종이를 쓰고 정부의 국가표준(KS)에 국산 닥나무라는 규정조차 없는 현실부터 고쳐 나가야 전통 한지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