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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더이상 수수방관 안 해” 최대 압박…美 연합훈련 유예할까

입력 | 2019-11-14 15:04:00

北 "미국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할 것" 경고
김정은 직속 국무위 최초의 담화…수위 최고조
전문가 "연말시한 강조하는 최후통첩일 수 있어"
美국방장관 방한 맞춰 연합공중훈련 중단 촉구
"北, 美와 대화 할 수 있냐 없냐 '바로미터' 될 듯"
美국방 "외교에 따라서 훈련 축소 등 조정 가능"
北도 "정세흐름 따라"…여지 남겨두고 상황 주시




북한 국무위원회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12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판하는 한편, “지금과 같은 정세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속 기관인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 담화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위원회의 카운터 파트가 미 백악관, 우리의 청와대이라는 점에서 기존 외무성 등에서 나온 담화나 성명에서 한층 무게감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못 박은 연말까지 한 달 반가량 남았지만 북미 간 교착국면이 이어지면서 ‘최후통첩’ 성격을 띤 최대한의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 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방성과 합동참모본부는 예견돼 있는 미국 남조선 연합공중훈련과 관련해 북조선의 분노를 바탕으로 훈련규모를 조정하거나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현시점이 이런 류의 연합훈련실시가 필요한 때이며 이를 통해 오늘 밤에라도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이렇듯 상대의 선의를 악으로 갚는 배신행위로 해 조미관계의 운명이 파탄위기에 처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또다시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담화는 표면적으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오는 1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방한한다. 한미 국방장관은 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반도 안보환경 등을 중점적으로 협의하지만, 북미 비핵화 외교 지원차원에서 12월께 예정된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결렬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α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적인 유예와 민생분야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에스퍼 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 차례 한미 연합훈련 ‘유예’를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대화 의지를 가늠해보는 것일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무위원회 담화에 대해 “북한이 가장 높은 수위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위가 오른 것은 시간적으로 막바지라는 의미일 수 있고, 최후의 통첩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톡홀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북한의 새로운 셈법에서 핵심 중 하나는 연합훈련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보다 많은 것을 양보받고 얻으려는 게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 확실하고 명확한 조치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합훈련 중단이) 미국이 향후 대화할 수 있냐, 없냐 하는 중요한 바로미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에 매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제 건설에 투입하는 인력은 군인”이라며 “민심·군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안 나고 경제에 매진할 환경을 줘야 하는데 연합훈련을 하고 있으면 내부에서는 논리가 맞지 않게 된다”고 부연했다.

북한 국무위원회 담화와 별개로 한미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북미 간 교착상태가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이어지고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까지 대화 분위기를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수준으로 복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북미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방법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행 기내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관련, “우리는 언제라도 만일의 사태에 준비돼 있다”며 “외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큰 쪽으로든, 작은 쪽으로든 조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의 진척과 별개로 북미 대화를 위해 훈련 축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 정부 역시 안정적인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어떻게 열린 결말로 나가서 위기를 관리하느냐가 정부 핵심 사안”이라며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핵심 카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우리 측도 미측에 맞춰 연합공중훈련 축소나 유예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 역시 메시지가 전반적으로 비판적이었지만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위 대변인은 담화에서 “강한 인내심으로 참고 넘어온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더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또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선택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북한이 애초에 생각했던 정상회담이 열려서 합의가 완결되는 결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셈법을 바꾼 듯한 모습, 대화 여지가 있다는 모습 등을 통해 전향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면 북한도 자신이 원했던 연말 성과는 아니더라도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니고 조금은 열어놓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북미 외교에 힘을 쏟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탄핵 문제 등으로 북한 문제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이고 단기간에 전향적인 북미 간 입장 변화 역시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올해 안에 추가적인 북미 실무회담 개최 여부 등은 ‘안갯속’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