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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떠돌고 있는 중도입국 청소년도 챙겨야[광화문에서/이성호]

입력 | 2019-11-12 03:00:00


이성호 정책사회부 차장

지난해 6월 A 군(13)은 자신이 나고 자란 베트남을 떠나 낯선 한국에 왔다.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온 것이다. 1년이 지났지만 A 군은 한국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바쁜 부모가 A 군의 교육까지 챙기지 못해서다. A 군은 중도입국 청소년이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다문화가정 자녀를 말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외국에서 성장한 후 입국한 중도입국 청소년 중 33%가량(2018년)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부모의 무관심 탓이 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선이 아직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은 탓도 있다.

B 양(16)은 2년 전 부모와 함께 중국에서 들어왔다. 부모는 곧바로 딸이 다닐 학교를 알아봤다. 하지만 학교마다 손사래를 쳤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한 학교는 중국 학생이 너무 많다고 했다. 반대로 다른 학교는 중국 학생이 너무 적어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며 거절했다. 몇몇 학교를 전전하다 뒤늦게 입학을 받아준 학교가 있었지만 아이의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뒤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입학까지 가는 문턱이 너무 높은 탓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다. 부모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구조다. 출신 국가에서 다니던 학교의 재학·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예방접종수첩 등 여러 서류가 필요하다. 서류에 해당 국가 인증과 한국영사관 인증을 빼놓으면 안 된다. 번역과 공증은 필수다. 한국에 올 때 서류 한 장이라도 빠뜨리면 입학이 어렵다. 경제활동에 바쁜 부모가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아이 교육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중도입국 청소년 일부는 민간 교육센터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여가부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15∼17세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조사 기간(일주일)에 진학이나 취업 준비는 고사하고 하는 일 없이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의 시선도 이들에게 유달리 따갑다. 차별을 경험한 전체 다문화 청소년은 10명 중 1명꼴(9.2%). 반면 학교 밖 청소년이나 중도입국 청소년의 차별 경험은 각각 13.9%, 17.6%로 훨씬 높다.

2009년 동아일보가 ‘달라도 다함께, 다문화가 힘이다’ 연중기획을 시작할 때만 해도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사회 적응과 정착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다문화정책의 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0년간 다문화 청소년을 가르친 경기 여주여중 채용기 교사는 “중도입국 청소년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 아예 친구관계를 시작할 수도 없다”며 “의사가 수술하는 것처럼 이제 다문화 정책도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법무부와 여가부, 교육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관은 외국인 등록과 취학 통지 절차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에 대한 법적 제재도 검토하기로 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중도입국 청소년의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 건 다행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게끔 꼼꼼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성호 정책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