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저항, 국제기구 비난에 군부까지 사퇴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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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0일 오후( 현지시간) 마침내 하야를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한 지난 달 선거 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시위가 3주일이나 계속된 끝에 마침내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는 10일 미주기구(OAS)가 10월 20일 대선에 대한 조사결과 투개표 과정에서 부정선거 사례가 산적해 있었다고 발표한지 몇 시간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직전에는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선거최고 재판소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이어 군부의 총사령관이 모랄레스가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국영 TV에서 밝힌 것이 결정적인 사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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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서는 지난달 20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 직후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반정부 시위가 20여일 넘게 계속됐다.
BBC등의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투표가 끝난 후 4시간 만에 개표 83% 완료 결과를 발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당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의 득표율 차이는 7%포인트 안팎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개표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되면서 득표율이 올라가는 등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모랄레스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으로 메사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시민 사회에서는 개표 조작 의혹과 함께 불복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가 장기화되자 미주기구(OAS) 선거감시단은 대통령선거과정과 개표과정을 조사한 결과 “불공정과 부정사례가 산적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 이에 따라 볼리비아 법무부도 선거재판소의 판사들에 대해서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볼리비아 군부의 총수인 윌리엄스 칼리만 장군은 국영TV 연설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사퇴해야만 이번 부정선거 의혹으로 일어난 3주간의 시위가 진정되고 사회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볼리비아 국민을 향해서도 폭력 시위를 자제하고 진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 날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개입하고 나섰다.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모랄레스의 무리한 4선 연임 욕망은 지난 달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불러오면서 치명적인 반대시위와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켰다. 결국에는 국제기구, 시민사회, 군부까지 등을 돌리면서 집권 약 14년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기에 이르렀다 .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