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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세대’서 읽는 대한민국 경제[동아 시론/김상봉]

입력 | 2019-11-09 03:00:00

‘무당층’ 4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학력고사 본고사 수능 들쭉날쭉 입시에
늦깎이 취업-결혼, 빚의 고리에 시달려
586세대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도 커
공정성 있는 교육과 경제 정책 열망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주로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586세대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오늘은 그 다음 10년 후 현재 ‘497세대’(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 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필자도 이 세대에 속한다. 평소 다른 세대들로부터 ‘왜 그렇게 조용히 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정당에서 정치적인 결정을 할 때도 잘 보이지 않아 무색무취하다는 평을 듣는다. 나를 포함한 이들 세대의 삶에는 교육과 고용, 은퇴, 부동산 정책 등 대한민국이 가진 문제들이 집약돼 있다. 이를 통해 위정자들이 제시해야 할 해법의 단초도 보인다.

197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급변하는 교육 한가운데 서 있었다. 고등학교 때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본고사까지 다양하게 치러 봤다. 대학에 진학했을 때 민주화운동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 공부에만 몰두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취업은 쉽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취업 광고가 게시판에서 사라졌다. 바로 위 세대들처럼 취업 청탁을 받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얻을 줄 알았는데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졸업을 미루곤 했는데, 이런 세태는 지금의 20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학생의 체감실업률과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체감실업률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

497세대들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에 어렵게 취업을 했지만 대학 때부터 빚을 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이나마 늦지 않게 해야 했는데 월세나 전세를 얻으려 대출을 받았고, 출산과 양육을 위해서도 빚을 져야 했다. 이런 ‘빚의 고리’ 탓에 집 사는 건 포기하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동시에 투기지역의 집값이 부부 소득 합산보다 몇 배는 빠르게 뛰는 것을 목도하면서 노동 소득은 부동산 소득의 수익을 못 따라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먹고살 만한가 싶더니 몸도, 정신도 건강한 497세대들은 조기 은퇴의 압박에 내몰리고 있다. 은퇴 평균 연령은 조사나 연구마다 다르지만 49∼52세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업을 하려 해도 지금의 20대처럼 정부 지원 대상도 아니어서 새로운 사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497세대는 교육, 빚, 은퇴 등 사회 제반 문제에 대해 관심도 많고 자기 나름의 생각도 갖추고 있다. 교육에서는 효율성보다 공정성을 강조한다. 정책적으로 공정성이 떨어지고 배경이 작용하는 수행평가,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정시전형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을 선호한다. 497세대부터 20대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이어지는 교육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정부로 하여금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도록 만들 것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실시하고 있는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기는 하나 미래 세대에게 조세를 전가하고 국가채무 부담을 늘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입에 맞게 세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일련의 재정 확대 정책은 우려스럽다.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고금리를 무작정 낮추는 현재의 정책은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만 금융권 거래를 가능하게 해 상대적으로 586세대에 비해 경제적 부를 축적하지 못한 497세대들에게 박탈감을 가져오게 한다.

또 ‘내 집 마련’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497세대들은 현재의 586세대가 제시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단기에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고자 투기지역 내에 1가구 2주택 이상부터 초과 이익이 없도록 강력한 환수제를 적용하고, 재건축 연한을 폐지하거나 대폭 줄여 주택 공급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기 은퇴하는 이들을 위해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 자영업이 아닌 업종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창업에 성공하면 젊은 사람들에 대한 폭넓은 고용도 가능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의 정년 연장 논의는 바람직하게 해석될 수 있으나 497세대에게는 요원한 일일 수 있다. 재교육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만 한다.

요즘 ‘인생 이모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 나이쯤 되면 혼자 일하는 준비도 안 돼 위험이 따른다. 치킨집 창업해 퇴직금 날리는 게 남의 일 같지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