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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시 절반의 시간… 文, 실종된 국민통합 정치 복원하라

입력 | 2019-11-09 00:00:00


내일부터 문재인 정부 5년 임기의 남은 절반이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60% 가까운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 대통령을 자임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반을 돌아보면 과연 이런 국민 통합의 약속을 얼마나 지키려 했는지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말로는 통합을 내세웠지만 지지 세력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던 건 아닌지 살펴볼 때가 됐다. 청와대가 정파적 색깔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국민 분열을 방치했고, 그 정점에 두 달 넘게 온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사태가 있었다. 이는 본질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와 공정 가치를 왜곡한 상식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보수-진보 진영 대결로 변질돼 대한민국을 갈등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다. 이제 그 분열의 상흔(傷痕)을 치유할 시간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책임은 정부, 그중에서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 통합이 무너지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협치 또한 붕괴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됐지만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해 차질을 빚을 사업이 총 13개, 14조여 원 규모다. 그나마 관련 법안 통과를 전제로 짜 놓은 예산이 이 정도인데, 국회 파행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민생 경제 법안은 이보다 훨씬 많다. 야당의 비협조도 문제지만 원만한 국회 운영을 이끌어내지 못한 집권세력의 책임이 더 크다.

청와대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은 청와대 독주로 이어져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민감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롯해 주요 외교안보 사안은 청와대가 주도했고, 주무부처인 외교·국방부 주변에선 청와대의 하명 사항을 이행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자조가 파다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도 민심의 소리를 들어 청와대 독주를 견제해야 할 텐데, 그보다는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남은 절반의 임기에는 청와대가 정부와 여당에 권한을 분산해야 국정이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 올랐던 고개에서 내려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공직사회는 차기 정권의 향배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만연해지고, 정책 집행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이럴수록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더 소통해서 국민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모친상 조문 답례 차원에서 내일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한다. 바로 이 자리부터 실종된 협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