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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직 사령관들도 “동맹 배신” 트럼프 비판

입력 | 2019-10-22 03:00:00

시리아 철군 겨냥 ‘침묵의 수칙’ 깨… 펠로시 의장은 직접 중동 방문
트럼프 이번엔 국방장관 이름 틀려… 트윗서 에스퍼를 ‘에스페란토’로




마크 에스퍼(Esper) 국방장관의 이름을 ‘마크 에스페란토(Esperanto)’로 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전·현직 미군 고위 인사의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군이 상부의 지시와 정책 결정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침묵의 수칙(code of silence)’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군 중부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은 오랜 동맹이자 친구인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버렸다. 쿠르드인들이 ‘산 말고 우리의 친구가 없다’고 하기에 ‘미국이 친구’라고 말했는데 그런 말을 쓸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조지프 보텔 전 중부사령관도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기고에서 “이슬람국가(IS)와 지난 5년간 벌인 싸움을 원점으로 되돌렸다”고 가세했다.

철군 결정을 맹비난하며 16일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중동을 직접 찾았다. 이들은 19일 요르단을 방문해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고 하루 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찾았다.

철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말 바꾸기도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 일부가 이날 이라크 북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아프간 카불에서 “시리아 유전을 이슬람국가(IS)로부터 보호하고 IS 소탕전을 계속하기 위해 미군 일부 잔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도 “백악관이 ‘IS 재준동을 막기 위해 200여 명의 특수작전군을 남겨 두자’는 국방부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 ‘시리아에서의 완전 철수’를 명령한 지 단 10개월 만에 두 번째로 자신의 말을 뒤집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리아 주둔 미군 2000명 즉각 철수’를 언급했으나 비판이 거세지자 점진적 철수로 바꿨고 현재 약 700명이 남아있다. NYT 보도와 에스퍼 장관의 언급 모두 ‘완전 철군 및 미국 복귀’를 언급한 대통령의 말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류투성이 트윗도 남발했다. 그는 “휴전이 잘 지속되고 있다. 사소한 분쟁이 있으나 빠르게 끝났다”며 ‘마크 에스페란토(Mark Esperanto) 국방장관’을 인용했다고 썼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오기(誤記)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에스퍼 장관의 이름을 수정한 뒤 트윗을 다시 올렸다.

이날 시리아 북부 요충지 라스알아인에 머물던 쿠르드족 민병대는 차량 80여 대를 이용해 이 도시를 떠났다. 17일 미국과 터키가 휴전에 합의한 후에도 터키와 쿠르드족은 수차례 교전했지만 이날 철수로 휴전 합의 이행 및 안전지대 설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