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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km부터 왼쪽다리 경련… 옷핀으로 찌르며 달려

입력 | 2019-10-21 03:00:00

[2019 경주국제마라톤]국내 여자 백순정, 피로 일군 우승
시청자들 “마라톤 보면서 울기는 처음”… 남자 정하늘은 풀코스 대회 첫 1위




국내 여자부 우승을 확정한 백순정(27·옥천군청·2시간42분56초)의 얼굴에 눈물이 번졌다. 그의 왼쪽 다리에 땀과 섞인 핏자국이 선명했다.

골반 이상과 아킬레스건염 등으로 약 2년의 공백기를 보냈던 백순정이 풀코스 복귀 무대인 2019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정상에 올랐다. 선두로 달리다 32km 지점부터 왼쪽 다리에 경련을 느낀 백순정은 번호표를 고정하기 위해 달았던 옷핀을 떼어 다리를 여러 차례 찌르는 응급조치를 하며 끝까지 레이스를 마쳤다. 채널A 생중계를 통해 백순정의 ‘핏빛 투혼’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마라톤을 시청하면서 울기는 처음입니다. 백순정 선수 파이팅!”(JS사랑)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백순정이 레이스 도중 쥐가 나자 번호표를 고정시켰던 옷핀으로 왼쪽 다리를 찌르고 있다. 채널A 제공

백순정은 2013년 2시간36분27초를 찍은 뒤 이렇다 할 기록을 못 냈다. 부상으로 2년의 재활을 거친 뒤 2017년에 다시 풀코스에 도전했지만 2시간42분대에 머물렀고, 다시 부상과 싸워야 했다. 대회 직전 인터뷰에서도 “다치지 않고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손문규 옥천군청 감독은 “부상 중에도 훈련에 매달릴 정도로 근성과 끈기가 있는 선수여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며 칭찬했다. 백순정은 “그동안 재활에 매진하느라 강화훈련을 제대로 못 했다. 올해 동계훈련을 잘해서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34분대로 개인 최고기록을 깨고 싶다”고 다짐했다.

남자부에서는 정하늘(24·국민체육진흥공단)이 2시간22분34초로 개인 첫 풀코스 우승을 차지했다. 정하늘은 “33km 지점부터 한계가 왔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거리 훈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10km를 버텼다. 첫 1등이라 너무 기쁘다”며 수줍게 웃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정하늘은 요즘 젊은 선수와 달리 훈련장 안팎에서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 덕에 이런 날도 왔다”고 평가했다.
 

▼‘서울달리기 하프 2위’ 1주일만에 풀코스 1위▼

“진짜 1등 했어요(웃음).”

20일 2019 경주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남자부에서 2시간31분34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양도훈 씨(24)는 1등 인증을 받은 뒤 활짝 웃었다.

13일 서울달리기 하프코스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자신보다 출발이 약 30초 늦었던 다른 참가자에게 기록이 뒤처져 1등을 내주고 최종 순위 2위로 마친 그는 일주일 만에 거리가 2배 긴 풀코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첫 풀코스 우승이다.

양 씨는 부모를 따라 마라톤 대회에 나섰다가 자신보다 빨리 뛰는 어르신을 본 뒤 자극받아 2012년부터 마라톤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특전사에서 군 복무할 때도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마스터스 여자부에서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1위를 차지한 권순희 씨(47·금정산마라톤)가 2시간56분1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는 올 들어 개인 통산 풀코스 완주 100회를 돌파한 뒤 기록보다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경주=이원주 takeoff@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