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 든 24세 남성, 현장에서 체포 중상자도 1명 병원에 옮겨져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노숙자 남성 한 명이 다른 노숙자 4명을 마구잡이로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다른 한 명을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5일 새벽(현지시간) 발생했다.
뉴욕 경찰(NYPD)은 약 3피트(91cm) 길이의 쇠 파이프를 휘둘러 노숙자들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용의자 루디 로드리게스 산토스(24)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가 아직 훙기인 파이프를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체포했으며, 구속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산토스는 이날 새벽 1~2시께 맨해튼 남부 차이나타운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잠자고 있던 노숙자들을 공격했다.
맨해튼경찰서장 마이클 발다사노는 5일 기자회견에서 “살해 동기는 아직까지는 특정한 이유가 없는 무차별 살인으로 보인다. 피살자들이 인종, 나이 등 특별한 특성 때문에 살해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맨해튼은 미국 내에서도 노숙자들이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희생자들은 맨해튼의 차이나타운 구역 빌딩 현관부근이나 인도에서 잠자다가 변을 당했다. 낮이면 통행인구가 많아 복잡하지만 밤이 되면 텅 비는 곳들이다.
흰 천에 싸인 시신들과 혈흔이 낭자한 건물 입구 등의 사진이 뉴욕 포스트에 게재되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중상으로 입원한 유일한 생존자가 의식을 되찾는대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말했다.
근처에서 잠자던 또 다른 노숙자 스티븐 밀러는 피살자 가운데 한 명을 알고 있지만 친절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며 “우린 이름은 서로 모르지만 매일 만나던 사이였다. 그 사람은 근근히 살아가는 것 외에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빗 속에서 노숙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안됐다. 그런 형편이라고해서 목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노숙자들은 지난 10년간 사상 최대로 증가했으며 뉴욕시의 가장 범죄에 취약한 주민이 되었다.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7명의 노숙자가 피살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노숙자 수를 줄이고 이들을 거리에서 쉼터로 수용하는 정책을 펴왔지만 갖가지 난관으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 시 당국은 더 많은 노숙자 수용시설을 확보하려 하지만 이웃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있다.
【뉴욕=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