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4일, 북한의 ‘하노이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북한 대표단이 스웨덴 실무접촉에 참석하기로 한 것 자체가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문정인 특보는 4일 오후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노무현재단과 서울시, 민주당, 통일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10·4 남북정상선언 12주년’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실무접촉에서 실패하면 하노이 판이 되살아난다. 북한은 하노이 트라우마에서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긍정적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면 (이번 협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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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측 북미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스웨덴으로 출발하기 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협상장에) 간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실무협상에선 ‘비핵화 범위’와 ‘상응조치’가 쟁점이라고 예상하며 후자와 관련해 “(이전에 미국은) 제재엔 손을 못 대고 체제보장에서 유연성 있게 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 미국 측에서 한시적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북한의 숨통을 죄는 것은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측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와 우라늄 농축 중단 등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대가로 석탄·섬유 수출에 관한 대북제재를 3년 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명길 북한 대사가 언급한 ‘새로운 신호’에 대해 “종전선언이니 연락사무소니 얘기가 (이미) 돼 있다”며 “핵심은 북한이 볼 때 체제를 인정할 뿐 아니라 신뢰구축의 핵심이 되고, 북한이 가장 목말라하는 제재완화를 해줄 것이냐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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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은 또 “김정은(위원장)이 하노이 회담까지 보면, 핵문제 관련 중요한 결정은 지도자가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중요한 회담이고 한번 더 결렬되면 미래가 어려우니 실무접촉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경로를 바꿀 것 같다”며 북한 대표단에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장에서의 권한을 상당히 위임했을 것으로 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새로운 신호’로 전향적으로 나오게 된 데에는 10월 말 있을지도 모를, 하원의 탄핵 결의, 이걸 덮을 수 있는 정도의 뉴스 밸류가 있는 국제정치적 사건을 벌이려는 계산이 배후에 깔려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며 “(실무회담은) 한번으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번쯤 더 접촉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문정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과 관련,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내년 재선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 의석이 훨씬 많다. 상원 통과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대선 과정에 흠집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진전을 만들면 흩뜨려놓지 못할 것이다”며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포괄적 핵협상 잘 이뤄놨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었다. 민주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뒤집는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게 없다. 자제 매커니즘이 워싱턴 정가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