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공표죄 '불안감' 팽배…사회적 공론화 이뤄져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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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구속기소)의 의붓아들(4) 사망사건이 피의사실공표 문제로 번졌다.
‘국민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의 경계가 모호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달 30일 고유정의 단독 범행으로 최종 확정, 고씨를 의붓아들 A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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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은 공식적으로 수사 발표를 하지 못했다. 사실상 한 달 전 수사 결과를 내놓고 발표 형식과 수위에 대한 장고를 거듭했다.
결국 경찰이 선택한 건 공식 브리핑이 아닌 ‘백그라운드(Back ground) 브리핑’이었다. 여기서도 피의자와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사건이 언제 발생해, 어떻게 마무리됐다는 개괄적 설명이 전부였다. 피의사실공표죄를 염두한 처사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온 지 꽤 됐지만, 발표 형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며 “피의사실공표 문제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가이드라인이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찰은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추가 범행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경찰청 훈령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적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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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예외 조항에도 최근 경찰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검찰이 지난 6월 약사법 위반으로 입건한 피의자에 대해 사건 브리핑을 한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공표죄로 재판에 넘기면서다.
최근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보 준칙을 추진하면서 경찰의 언론 대응은 더욱 움츠러든 모양새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 내용 일체를 언론에 알릴 수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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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조사·압수수색 때도 촬영을 불허한다. 촬영이 가능한 경우는 공적 인물이 명시적으로 서면 동의를 했을 때 뿐이다. 이른바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국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 강화가 경찰의 언론 대응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고유정 의붓아들 사건에서도 최근 강화된 피의사실공표죄와 법무부 공보준칙에 따라 극소수의 정보만 제공됐다.
의붓아들과 전 남편을 연쇄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고 고씨에게도 적용된 피의사실공표죄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기소 전 피의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다만, 이 죄로 수년간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없어 사실상 사장(死藏)된 법이나 다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피의사실과 관련해 명시적인 법적 기준이 마련된다면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