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가 29일 수원 삼성전에서 투수로 등판했다. 서울고 시절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한 차례 등판하긴 했지만 실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강백호는 이날 최고 149㎞의 속구를 앞세워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제공|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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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였다. 강백호(20·KT 위즈)가 이번에는 마운드에서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입단한지 불과 2년 만에 투수와 포수, 1루수, 외야 세 포지션을 모두 출장하는 진기록도 썼다.
KT는 2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0으로 승리했다. 2회 황재균의 선제 솔로포로 앞서나갔고, 6회에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투런포 등을 묶어 대거 4득점했다. KT는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시즌 71승2무71패를 기록, 창단 첫 5할 승률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아울러 역대 포스트시즌(PS) 탈락 팀 가운데 최다승인 71승 기록도 남겼다.
PS 탈락이 이미 확정된 상황의 경기였지만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이강철 KT 감독이 최종전을 맞아 팬 서비스 차원으로 강백호의 등판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하며 이름을 알렸다. 비록 프로 입단 후에는 마운드에 서지 못했지만,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는 이벤트성 등판을 한 바 있다. 당시 최고구속 150㎞를 자랑하며 여전한 어깨를 과시했다. 올 시즌에 앞서 부임한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의 투수 활용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 한 번으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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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까지 우익수를 맡다 7회 초 마운드에 오른 강백호는 초구부터 149㎞를 기록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첫 타자 최영진을 유격수 심우준의 호수비 덕에 잡아냈지만, 후속 김도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박해민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박승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강백호는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박 코치는 이를 존중했다. 강백호는 후속 김성훈까지 땅볼 처리하며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4구 모두 속구였으며 최고구속은 149㎞. KBO리그 역사상 투수와 포수, 1루수, 외야 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 건 계형철(은퇴)이 유일했다. 강백호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쓰게 됐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