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의 시세전광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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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암호화폐(코인) 규제 마련에 손놓고 있는 가운데 규제 회색지대를 악용한 코인 거래업체들의 ‘꼼수’ 영업으로 투자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인 가격 급등락을 방관 또는 유도하는 거래사이트 탓에 일명 ‘단타족(단기투자자)’이라 불리는 투기세력이 판을 치는 탓이다. 일부 거래사이트는 본업인 코인 거래중개에서 더 나아가 직접 코인에 투자하고 매수를 유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장예고제’ 다단계·공구방만 웃었다…시세 2배 웃돈 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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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A사 상장전 헤데라해시그래프를 외부에서 미리 사들인 기관투자자와 다단계·카톡 공개구매방(공구방)를 통해 구매한 투자자들이 상장직후 일제히 매도에 나선 탓이다. 이날 A사를 통해 거래(매수+매도량)된 헤데라해시그래프만 3억개에 달하며 A사가 확보한 거래수수료(거래가의 0.05%)는 수십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상당수의 개인투자가가 고점에 물려 투자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뒤늦게 도박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미리 정보를 알고 사들여 물량을 쏟아내는 기관투자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상장 첫날 헤데라해시그래프를 구매한 투자자가 1시간내 매도하지 않았다면 이미 원금의 반 이상을 날렸을 공산이 크다.
사실 이같은 상장 당일 이상급등락 현상은 바이낸스 등 타 코인 거래사이트에서도 자주 목격돼왔다. 다만 업계에선 A사의 상장예고제로 인해 타 거래사이트 대비 급등락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코인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A사가 상장을 예고하면서 어떤 기술이 활용됐는지, 사업현실화 가능성 여부 등은 제쳐두고 일단 상장 예정 코인을 사들이는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한 블록체인 투자사는 헤데라해시그래프를 공개판매가(0.12달러)보다 2배 이상 비싼 200원~300원대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중 상당수는 다단계 판매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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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받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4곳의 대형업체 중 일부 업체가 수수료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도박판을 방관,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해당 업체의 투기조장으로 업계가 1시간 새 1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왔다갔다하는 도박판이 됐지만 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개발시장에 투입돼야 할 돈이 투기꾼에게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중개넘어 직접투자까지…거래사이트 이해상충 논란
코인 거래업에 대한 관련 법령 마련이 늦어지면서 본업인 거래중개를 넘어 직접 코인을 매입하는 거래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지난해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에 투자, 테라가 발행한 코인 ‘루나’ 2000만개를 직접 확보했다.
그리고 최근 업비트는 루나를 상장해 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업비트는 “투명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매월 코인보유량을 공지하고 있고, 상장한 코인을 3개월간 매도하지 않겠다”고 해명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직접 보유한 코인을 내다파는 업비트의 운영방식을 일종의 투자보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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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존 금융투자시장과 달리 코인시장의 경우,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아 거래사이트와 코인발행사, 투자사가 담합해도 이를 규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투자시장과 달리 금융감독원 등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개발사 A사가 유명 투자사 B사와 거래사이트 C사와 짜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려 C사에 전량매도해도 일반투자자는 확인할 길이 없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산업이 정비되지 않아 상장 기준 등 마땅한 기준이 없어 거래사이트의 이해상충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며 “거래사이트 대부분 불투명하게 운영이 이뤄지고 있고, 시세조작을 통해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더이상 손을 놓고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