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하는 허경성-이창숙 부부. 사진=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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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허위 선생의 이름으로 지은 광장과 누각을 동네 명칭으로 바꾼 데 반발해 허위 선생 친손자가 20일 1인 시위에 나섰다.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대구에 사는 친손자 허경성 (93)-이창숙(88) 부부는 이날 경북 구미시청 정문 앞에서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이와 관련, 장세용 구미시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허 씨 부부와 시장실에서 15분 동안 면담했으나 고성을 지르는 등 갈등만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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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씨가 시위를 벌이는 것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장 시장이 남유진 전 시장의 결정을 뒤집고, 갑자기 지명을 변경해서다.
앞서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은 2018년 3월, 사업비 58억 원을 들여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 국가산업 4단지 안에 3만㎡ 크기의 물빛공원을 조성했다. 구미사업단은 공원 안에 8000㎡ 규모의 광장과 누각을 지어 구미시에 공원시설물을 기부하고 운영권을 넘겼다.
남 전 시장은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광장과 누각의 명칭을 허위 선생의 호인 왕산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 시장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장 시장은 “인물 기념사업을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역명 산동면을 따 산동물빛공원, 산동광장, 산동루로 명칭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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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산업4단지 물빛공원의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병택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구미의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왕산 선생의 이름을 따 지었는데 이를 바꿨다”며 “주민공청회로 결정한 사안을 장 시장과 일부 주민 의견을 이유로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구미시는 “산동면 주민 350명이 명칭을 지명으로 변경해달라는 진정서를 내 변경했고, 이를 한국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