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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급조된 보고서 초안, 코링크 관계자가 조국에 직접 전달”

입력 | 2019-09-20 03:00:00

[조국 의혹 파문]커지는 펀드 운용보고서 조작 의혹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달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미리 준비해온 사모펀드 운용보고서를 보여주며 답변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조국 법무부 장관(54)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가 펀드 운용보고서 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펀드 운용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블라인드 펀드라 어디에 투자했는지도 몰랐다’고 했던 조 장관의 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의 몸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펀드’는 돈이 어디에 투자됐는지 모르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조 장관이 투자 정보를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었다는 해명의 핵심 근거였다. 하지만 정 교수가 펀드 운영에 개입하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정황이 불거지면서 해명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 가짜 보고서, 조 장관 손 거친 뒤 ‘블라인드’ 추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달 중순 코링크PE가 정 교수의 요구로 운용보고서를 급조하는 과정에서 최초 작성된 초안이 조 장관에게 인편으로 직접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해당 문서가 조 장관의 손을 거친 뒤 어떤 내용이 추가됐는지다. 코링크PE 관계자는 정 교수가 재촉해 급조한 보고서 초안에는 ‘투자 대상을 알 수 없다’는 내용의 블라인드 펀드 규정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펀드의 설립 시기와 목적 등을 간추린 초안을 정 교수에게 전달하려고 했지만 정 교수가 지방에 있는 바람에 문서는 조 장관이 대신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후 초안을 검토한 정 교수는 코링크PE에 블라인드 펀드 관련 조항을 넣어 보고서를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교수의 연락을 받은 코링크PE 이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정기보고서에도 블라인드 펀드 표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일에 직원에게 전화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정기보고서에도 같은 표현이 있어야 운용보고서 조작에 용이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에 없던 블라인드 펀드 규정을 넣고 보고서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중간 수정본이 코링크PE와 정 교수 측 사이에 한 차례 더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 약관에는 원래 분기별로 운용보고서를 투자자에게 제출하게 돼 있지만 실제 작성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손을 거쳐 급조된 ‘펀드 운용보고서’ 최종본은 이달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조 장관은 ‘펀드 방침상 투자 대상을 알려드릴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운용보고서 사진을 공개하며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조 장관이 블라인드 펀드란 표현을 처음 꺼낸 건 지난달 15일. 부인과 두 자녀 명의로 전 재산의 20%에 달하는 10억5000만 원을 신생 운용사 코링크PE 펀드에 맡긴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코링크PE가 투자한 산업들이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정부의 육성 사업과 맞물렸다는 의혹이 잇따르자 “펀드 구조상 투자처를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며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공직후보자 검증 대상이던 조 장관이 의혹을 덮기 위해 기존에 없던 내용의 문서를 조작하고, 실제 사용까지 이른 만큼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링크PE 설립 및 주식매입자금, 펀드 납입금 등으로 가족 재산 24억 원이 들어간 코링크PE의 운영 및 투자 실체를 과연 조 장관이 몰랐겠느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 “정 교수 코링크PE 경영 개입 정황”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PE 경영 등 전반적인 사항을 보고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직접 투자했다는 의혹을 넘어 경영에 개입한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것이다.

코링크PE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는 다른 펀드 투자자와 달리 결재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이사들에게 직통 연락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투자자들은 문의사항이 있을 때 말단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고, 내부에선 윗선 결재를 받아 답변해주는 구조였는데 정 교수는 필요할 때마다 코링크 PE 이사진에게 수시로 연락했다는 것이다.

김정훈 hun@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