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허가 안 난 희귀의약품, 식약처가 12세 미만도 사용 승인 정부 ‘규제신문고 우수 사례’ 선정
강형진 서울대병원 교수(왼쪽)가 지난달 19일 서울대병원에서 박모 양과 박 양의 어머니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희귀의약품 복용 후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18일 식약처에 따르면 중증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박모 양(9)은 수입 의약품 ‘레볼레이드정’을 복용해야 했다. 레볼레이드정은 수입 허가를 받은 희귀의약품이지만 소아용량은 허가가 나지 않았다. 소아용량은 저용량 정제(12.5mg)와 현탁액(12.5mg, 25mg/팩)으로 미국에서는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입사는 시장성이 작다며 수입 허가를 받을 계획이 없었다.
국내 수입, 시판되는 레볼레이드정은 25mg, 50mg 정제다. 하지만 12세 미만은 1일 37.5mg만 복용해야 한다. 25mg, 50mg 각 1정을 반으로 잘라 복용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적은 용량 차이가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몰라 불가능했다. 혈관 내 혈소판 수를 모니터링하며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등 용법이 까다로워 미국, 유럽에서는 정제를 자르거나 씹지 말고 통째로 삼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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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박 양의 어머니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신문고에 사정을 토로했다. 박 양이 치료를 받는 서울대병원 강형진 교수는 올 4월 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심의를 거쳐 본인 전액 부담(보험 적용 가능)으로 해당 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희귀·난치질환자들이 의약품을 허가 사항(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을 벗어나 사용하려면 각 의료기관의 IRB 심의를 거친 후 식약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정. 한국노바티스 제공
강 교수는 18일 “6개월간 복용하고 효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이전 비슷한 사례의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어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희귀·난치 질환같이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최신 과학지식을 활용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