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나비남영화제’ 개최 사업실패-알코올중독 등 이겨낸 중년 독거남들 재기 과정 담아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 느껴”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중년 독거남 부활 프로젝트 ‘나비남’에 참여하고 있는 손형래 씨(왼쪽)와 김제식 씨가 재기를 다짐하며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천구는 사업 실패와 이혼 등으로 점점 사회와 단절된 중년 독거 남성의 재기를 돕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양천구 신월1동에서 혼자 사는 김제식 씨(59)가 지은 노랫말 중 일부다. ‘포기하지마’ 노래를 개사했다. 그는 직접 노래를 부르며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그렇게 만든 영상은 6일 양천구가 개최한 ‘3회 나비남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란 의미를 담은 ‘나비남(나·非·男)’은 양천구가 2017년부터 만 50∼64세 독거남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사업 이름이다. 중년 독거남 중 건강이 좋지 않거나 사회와의 소통을 끊고 지내는 사람들이 재기하도록 돕는다. 나비남영화제에는 독거남들이 자전적 이야기를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태로 담아 6편을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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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이혼, 알코올의존증, 의욕 상실. 그가 경험한 역경들은 나비남 남성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현재 양천구는 400여 명을 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관리 중이다. 그중에서 약 100명은 집중 관리 인원으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다. 상시 연락을 취하고 일자리를 알선하며 각종 여가 모임을 마련해 사람들과 만나도록 돕는다.
양천구가 중년 독거남만 별도로 관리하는 이유는 여성이나 다른 연령층에 비해 주변에 도움도 요청하지 않고 외톨이로 지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독사 같은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고집스레 도움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 나비남영화제에 참가한 손형래 씨(62)는 “어려서부터 남자라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1998년 사업 실패와 이혼 이후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두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주변에 도와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 동주민센터를 찾아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나비남 사업을 통해 공공 일자리를 얻고 벽화 그리기, 난타 등 각종 취미 모임에 참여했다. 그는 김 씨와 함께 난타를 배우고 있고 19일에는 작은 공연도 연다. 그는 “나비남 활동을 통해 사람은 어울릴 때 행복을 느낀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도 생겼다. 그는 “나비남에서 커피 내리는 교육을 받았다. 바리스타인 아들이 언젠가 카페를 차리면 거기서 같이 일하고 싶다”며 웃었다.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중년 독거남들은 대부분 자신이 받은 도움을 돌려주며 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씨는 ‘이웃살피미’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1년 전 자신처럼 세상과 등진 독거남들을 찾아 다시 밖으로 나올 것을 권하는 일이다. 모든 걸 포기했다고 고백한 그의 노래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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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