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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하면 자원, 뒤섞이면 쓰레기”

입력 | 2019-09-18 03:00:00

[과대 포장 OUT]<6> 추석직후 재활용 선별장 가보니




“더 쌓아둘 곳이 없어서 여기 따로 뒀어요.”

16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재활용 선별장. 가로 32m, 세로 15m 규모의 반입장에 재활용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7m 남짓했다. 배남열 공장장이 옆에 따로 쌓아둔 5m 높이의 작은 ‘산’을 가리키며 “추석 직후라 유난히 물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천 남동구와 미추홀구 동구 연수구와 서울 서대문구 양천구 등에서 수거한 재활용 폐기물이 이곳에 모인다. 하루 처리 물량은 약 150t이다. 그러나 추석 연휴 직후인 이날은 200t가량의 재활용 폐기물이 들어왔다. 명절 선물용으로 쓰인 포장재가 급증한 탓이다. 17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평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하루 평균 859만 개의 택배가 오갔지만 설과 추석이 있던 2월과 9월에는 각각 하루 평균 890만 개, 903만 개로 늘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스티로폼 상자와 종이상자, 비닐, 페트병, 각종 플라스틱 포장재, 캔 등을 상태에 따라 고른 뒤 종류별로 나눈다. 스티로폼만 따로 모아 둔 선별장 한쪽에서는 작업자들이 색색의 비닐테이프를 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스티로폼의 경우 고열로 녹이고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 건축자재 등을 만드는 재생원료로 쓴다. 하지만 비닐테이프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면 원료의 순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별도 인력을 투입해 비닐테이프와 노끈, 택배 송장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장바구니 대용으로 사용한 듯한 종이상자도 많았다. 비닐테이프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붙인 상자들이다. 선별장에서는 종이상자의 테이프를 제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한 관계자는 “종이상자의 경우 테이프를 떼고 배출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워낙 양이 많고 떼기가 어려워 여기서도 따로 작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종이류의 경우 따로 모아두면 다른 재활용업자가 가져간다. 이 역시 이물질이 많으면 재활용의 질이 떨어진다.

이처럼 폐기물 하나에 여러 물질이 뒤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이날은 부드러운 플라스틱 뚜껑이 있는 분유통(캔)도 여럿 보였다. 평소에는 플라스틱 뚜껑이 있는 햄 용기도 많다고 한다. 재활용을 위해선 배출할 때 재질에 따라 최대한 분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세제 등을 담아 쓰는 플라스틱 펌핑 용기 내부에 금속 스프링처럼 분리 배출이 어려운 것도 많다. 또 재활용이 불가능한 부직포 가방이나 은박접시, 선물용 보자기 등도 자주 반입된다. 모두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일반 폐기물이다. 이런 폐기물이 이곳에 반입되는 재활용 폐기물의 최대 15%를 차지한다.

제대로 된 분리 배출 요령을 확인하려면 모바일 앱 ‘내 손안의 분리 배출’을 활용하거나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는 교육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먼저 재활용이 잘되는 재질과 형태로 포장재를 만들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종이테이프와 종이완충재를 사용하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기업들이 먼저 포장재를 바꾸면 소비자들이 재활용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인천=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