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489시간’ ‘동아리활동 374시간’ ‘교내 수상 실적 108건’.
지난해 서울대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가운데 봉사, 동아리, 교내 수상 등 각각의 영역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입학생들의 ‘스펙’이다. 고교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교내 상장을 108개 받았다면 주당 1번꼴로 상을 받은 셈이 된다. 이런 실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생 현황’에서 공개됐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뚫기 위한 스펙 경쟁이 과열돼 있음을 보여준다.
● 공부하랴, 스펙 쌓으랴 바쁜 고교생
합격생들의 평균 봉사활동 시간은 139시간이었고, 이 중 400시간이 넘는 학생이 6명이었다. 400시간의 봉사활동을 채우려면 하루 평균 4시간씩 100일을 활동해야 한다. 동아리활동 시간은 평균 108시간이었으며, 가장 긴 합격생은 374시간의 기록을 제출했다. 학생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교과수업 외에 이뤄지는 동아리활동은 학생의 ‘전공 적합성’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홈페이지 내 ‘질문과 답변’ 코너를 통해 “각 서류의 정해진 반영 비율은 없으며 학생부를 종합해 평가한다”며 “봉사활동은 종합평가의 일부분이며, 무조건 많이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봉사 몇 시간, 교내 수상 몇 건 등을 정량화해 반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 “깜깜이 입시…합격 기준 공개” 요구
학종의 명확한 합격 기준을 알 수 없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입시 스펙은 고고익선(高高益善·높을수록 좋다)’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 A 씨는 “상장을 늘리려고 한 주에 2, 3개씩 대회를 여는 학교도 있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몰아주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희망 진로와 관련 있는 봉사활동들로 100시간을 넘게 채우려니 아이도, 부모도 지친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김병욱 의원은 “학종은 학생의 재능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깜깜이 전형이라는 불신이 여전히 크다”며 “(평가 기준 등) 구체적인 정보들이 학생들에게도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