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비를 보았어. 삶에는 보다 나은 것이 있을 거야.”-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몇 해 전 비극적인 아동학대로 숨진 한 아이의 진상조사 위원회에 참여했다. 조사 과정에서 아이가 쓴 독서일기를 보다가 익숙한 책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썼다. 극도의 고통과 두려움 가운데 있었을 때였다. 그럼에도 아이는 그 속에 ‘쓸모’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샛노란 표지와 큼지막한 나비 그림에 끌려 어린 시절 처음 읽은 이 책은 이후 인생의 전환점마다 내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저 높은 꼭대기를 향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애벌레가 혹시 지금 내 모습은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나비를 우리 안에 품고 있다고 말한다.
며칠 전 대전에서는 빈곤문제로 한 가장이 열 살도 안 된 자녀 둘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어른들이 저 높은 애벌레 탑 꼭대기만 쳐다보며 싸우는 와중에 나비가 되는 쓸모를 꿈꾸던 어린 생명들은 너무 일찍 기회를 잃었다. 이번에도 이 책은 내게, 아니 우리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삶에는 분명 보다 나은 것이 있지 않나요?’
제충만 라디루비 대표·아동권리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