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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투수. 대부분의 팀들은 투수 엔트리를 12명으로 꾸린다. 이들 중 선발투수와 클로저, 필승조를 제외하면 추격조와 패전조가 남는다. 승부처에 등판하기 힘든 패전조를 뜻하는 단어가 열두 번째 투수다.
KT 위즈에서는 김대유(28)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빗나갔지만 김대유는 행복을 논한다. 불과 1년 전 방출의 아픔을 맛봤던 그는 이제 ‘내년’을 논하게 됐다.
●방출선수가 책임진 22이닝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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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는 합격. KT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당시 ‘일단 1군에 진입하는 것만 생각하자’는 다짐을 세웠다. 그리고 8월 23일까지 18경기에서 2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이다. 비록 패전조 역할이라도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가 20이닝 이상을 메워주니 KT 마운드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강철 감독도 “(김)대유의 커브가 좋아졌다. 자주 등판하지는 못하지만 본인 몫을 충분히 해준다”고 칭찬했다.
●커브, 불편함으로 얻은 불편함
김대유의 올 시즌 커브 구사율은 17.1%. SK 시절 마지막 1군 등판 기록이 남았던 2017년 당시에는 커브 구사율이 0%였다. 변화는 박승민 투수코치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커브 제구에 애를 먹던 그에게 박 코치는 “네가 편한 대신 타자들도 편한 공과 네가 불편한 대신 타자들도 불편한 공. 둘 중 하나를 고른다고 가정하자. 어느 쪽이 너한테 도움이 될지 잘 생각해보자”고 조언했다. 제구가 조금은 힘들더라도 ‘좌투 스리쿼터’ 궤적에서 날아오는 커브는 타자들에게 골칫거리다.
박 코치의 이러한 조언에 힘입은 김대유는 자신 있게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김대유는 “박승민 코치님, 이승호 코치님은 내 야구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분들이다. 2018년까지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달라진 게 있다면 전부 코치님들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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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불펜’의 숨은 공로자
KT는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2.32. 리그 1위에 올라있으며, 이른바 ‘강철 불펜’이라고 불리고 있다. ‘클로저’ 이대은을 필두로 주권, 김재윤 등 셋업맨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냉정히 말해 김대유의 역할은 아직 패전조다. 12명의 투수 엔트리 중 12번째 투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다소 비껴서있지만 김대유는 지금도 행복을 말한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확실히 경기를 마무리 지을 투수는 어느 팀에나 필요하다. 만일 패전조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추격조가, 더 나아가 필승조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지금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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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너무 멋지지 않나요?”. 김대유의 반문이다. 만일 누군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 이유에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대유의 역할도 분명히 포함돼있을 것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