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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에 강제동원, 쇳덩이 깎으며 노예생활…왜 보상 않나”

입력 | 2019-08-14 18:31:00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해방 74년 강제동원 문제의 어제, 오늘, 내일’ 국제회의에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김정주 할머니와 김용화 할아버지가 증언을 하고있다. 2019.08.14/뉴스1 © 뉴스1

“13살 먹은 애들, 졸업도 못 한 애들이 쇳덩어리 깎아줬어. 다다미 한 장에 30명이 자면서 일했는디. 왜 우리가 보상을 못 받습니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김정주 할머니(88)는 증언을 하는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증언을 하는 그의 목소리엔 70년 넘게 묵은 억울함이 묻어져 나왔다.

김 할머니는 13살 때 일본 도야마 후지코시 공장에 강제동원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이었다. 김 할머니는 당시 일본인이었던 선생님이 일본에 가서 공부하자고 권유했다고 했다. 먼저 일본을 간 언니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거짓말을 믿고 일본으로 향했다.

“가서 일주일 교육받고 일을 시작했어요. 키가 작아서 사과 궤짝 두 개를 놓고 서서 하루종일 쇳덩어리를 깎았어요. 주말도 없이, 잠도 못 자고 그렇게 일을 했어요.”

그는 오전 6시에 기상해서 7시부터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오후 5시에 퇴근했지만 밤에도 쉬지 못했다. 매일 공습경보가 울려 밤새 피해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밤새 도망 다니다 들어오면 쉬는 시간 없이 바로 공장으로 나갔다. 이런 생활은 주말도 없이 이어졌다.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양념만 풀어진 된장국을 먹으며 한 방에서 30명이 모여 잤다. 말 그대로 다다미 한 장에 30명씩 구겨 넣어졌다. 너무 배가 고파서 기숙사 풀을 다 뜯어 먹어서 머리도 다 빠졌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반장에게 뺨을 맞았다. 김 할머니는 “그런 노예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해방이 됐지만, 김 할머니는 해방 소식도 듣지 못했다. 급작스럽게 한국으로 가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급하게 오느라 돈 달란 소리도 못 했다. 옷 보따리마저 챙기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해방됐다고 하면 돈을 주라고 했을 텐데 그런 소리도 못 듣고 한국으로 보냈다”고 기억했다.

꿈에 그리던 한국에 왔지만 주변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그런 세상을 살고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올바르게 우리를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우리는 일본 가서 일한 죄밖에 없는데. 일본 갔다 왔다는 죄로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사는 것이 너무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워요.”

김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상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테레비에 아베 얼굴만 나온 걸 봐도 치가 떨려요. 사죄를 해야죠. 반드시 해야돼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김한수(왼쪽), 김용화 할아버지가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2019.4.4/뉴스1 © News1

이날 증언에 나선 또 다른 생존 피해자 김용화 할아버지(90)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갔다. 후쿠오카 일본제철의 야하타제철소였다. 김 할아버지는 이빨까지 부러지면서 궂은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아흔이 넘은 김 할아버지는 일본의 의도에 대해 누구보다 명확하게 진단했다. 그는 “일본의 노동력이 부족하니까 한국이라는 식민지를 동원해서 자신들의 노동자로 사용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쟁을 이겨야 하니까 징용을 통해서 일을 시킨 것이라고 했다.

일을 했으면 대가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간단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김 할아버지는 원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용을 했으면 보상을 해야죠. 그러니까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보상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고 책임이에요.”

그는 이날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걸 개인적으로 어떻게 합니까. 이건 정부끼리 해결할 일이에요. 일본 정부든 한국 정부든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날 증언에 나선 김정주 할머니와 김용화 할아버지는 모두 강제동원 관련 소송에 참여한 당사자다. 수십 년 동안 강제동원 소송에 참여해 강제동원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문제는 소송에 참여하지도 못한 피해자와 유족들도 많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냉정하게 소송에 참여한 분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는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적인 복지든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이런 점을 계속 요구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