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조릿대 제거현장 가보니 풀베기 작업 후 식생에 변화… 말 풀어놓으니 식물 종 늘어 벌채-방목, 생태계 복원 효과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탐방로 만세동산 주변에서 제주조릿대를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조릿대 분포 확장에 따른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려는 연구활동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볏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인 제주조릿대는 줄기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다. 제주조릿대를 베어낸 곳에서는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밑동까지 온전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조릿대를 제거하자 한라산 특산식물로 꽃이 노란 높이 40∼50cm의 금방망이는 밑줄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제주조릿대를 제거했던 인근 지역에서 땅바닥에 백리향, 구슬붕이 등이 꽃을 피웠다. 생태계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조릿대 분포 확장에 따른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세동산 5000m²를 비롯해 장구목(해발 1740m) 1만8000m², 선작지왓(해발 1650m) 5000m², 진달래밭(해발 1500m) 1000m² 등 4곳에서 제주조릿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만세동산 부근 1만 m²에서는 말 6마리를 40여 일 동안 방목해 제주조릿대를 먹이로 섭취하도록 할 예정이다.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금지된 후 제주조릿대가 번성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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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구에서 제주조릿대가 한라산국립공원 면적의 95.3%인 146km²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곡이나 한라산 정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등산로였다가 붕괴 위험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 백록담 서북벽 주변까지 영역을 확장해 고산 희귀식물의 서식처인 백록담 분화구도 제주조릿대로 덮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대신 세계유산본부 생물자원연구과장은 “인위적인 베어내기 작업을 되풀이할수록 철쭉, 털진달래 생육이 건강해지고 멸종위기 식물인 손바닥난초가 보일 정도로 식생이 변했다”며 “내년까지 연구를 진행해 한라산 생태계를 보전하고 회복하는 적정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