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경제보복]‘韓 백색국가 배제’ 日논리 모순 韓, 무기 전용 품목 ‘캐치올 규제’… 日, 사실 확인않고 관리 허술 주장 일부 물자 한국서 北 유입 주장… 되레 日서 사치품 상당수 건너가
○ ‘정치 보복’을 ‘안보 문제’로 둘러댔지만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의 배경을 놓고 처음부터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1일 반도체 3대 소재에 대한 규제를 처음 발표할 당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한국이 징용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수출 규제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틀 뒤인 3일 아베 총리도 “1965년 청구권 협정은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인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라면서 반발하자 일본은 갑자기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현황을 들고나왔다.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간 품목에 정부 허가를 받게 하는 ‘캐치올(catch-all)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은 재래식 무기에도 캐치올 규제를 적용한다. 화이트리스트 국가에는 아예 캐치올 규제를 면제하는 일본보다 더 엄격하다”고 반박했다.
일본 내에서도 정부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후 “수출 규제는 대법원의 판결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당초 일본 측이 ‘양국 신뢰관계 훼손’을 언급했고 세코 경제산업상도 같은 내용을 말했는데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고노 외상은 “경제산업성에 물어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 “물자 다른 곳으로 갔다” 주장, 근거 안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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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또 국제 여론을 의식해 수출 규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 등 전 세계 전자제품 35억 개의 공급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지 언론도 “과도한 조치” 지적
일본 주요 언론들은 3일 또다시 사설로 아베 정권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운용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를 심각히 힘들게 하고, 일본 산업에도 영향이 일어날 수 있다”며 “양국 관계에 결정적 상흔을 남길 우려가 있는 일련의 수출 관리를 일본은 재고해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1탄),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2탄)에 이어 수출 규제 품목 확대라는 3탄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은 왜 현실을 마주 보지 않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의 감정적인 행동은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일본은 사실관계에 기초해 숙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