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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없는 물놀이장 안전요원[현장에서/이소연]

입력 | 2019-08-05 03:00:00


이소연 사회부 기자

지난달 29일 다섯 살 딸과 함께 경기 용인시의 한 공공 어린이 물놀이장을 찾은 한모 씨(43)는 가슴이 철렁하는 경험을 했다. 딸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때 남자 초등학생이 바로 뒤에서 따라 내려왔다. 남자아이의 발에 등을 맞은 딸은 미끄럼틀 위로 붕 뜬 채 바닥으로 떨어져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현장을 통제해야 할 안전요원은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 씨는 “딸이 크게 울고 있는데도 안전요원은 당황하며 ‘아르바이트생이라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공공 물놀이장을 찾는 가족 단위 이용객이 늘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안전관리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할 시군구는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물놀이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안전요원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오히려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안전요원을 믿을 수 없다 보니 학부모들이 안전은 물론 수질 위생까지 돌보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경 서울 구로구의 한 공공 물놀이장에선 학부모가 나서서 물 위에 떠다니는 이물질을 건져내고 있었다. 아이들 70여 명이 뛰어놀던 물속에는 배달음식점 전단지가 떠다니고 있었다. 같은 시각 물놀이장을 관리하는 안전요원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 등 단기 아르바이트생 위주로 채용하다 보니 안전요원의 책임성과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구에서 운영하는 공공 물놀이장의 경우 안전요원 24명 중 수상안전요원이나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전문자격증이 없어도 수상안전 관련 강의를 8시간 이수하면 안전요원이 될 수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8시간 교육만으로는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며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전문 안전요원을 최소한 1명 이상은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요원이 형식적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자격을 강화하고 관할 시군구도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잠시만 방심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