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축구화 끈을 묶고 있다. © News1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전은 일찌감치 소문난 잔치였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수많은 팬들이 상암벌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주최 측의 어이없는 운영과 함께 팬들은 사기를 당한 꼴이 됐다.
더위에 지친 축구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하나원큐 팀 K리그 vs 유벤투스’ 친선경기가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경기는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됐다. 전체적으로 ‘역대 최악의 이벤트’로 남을 전망이다. 사실상 ‘호날두 사기극’이었다.
이번 친선경기는 ‘더페스타’라는 에이전시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이벤트다. ‘더페스타’의 대표는 대회를 앞두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K리그와 우리 선수들을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유벤투스를 데려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호날두가 최소 45분은 뛰는 것을 계약 조항에 명시했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친선경기 티켓 수익은 6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일 경기로 60억원 티켓 수익은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금액으로 종전까지는 지난 2013년 네이마르의 브라질대표팀과 한국의 축구 A매치로 약 27억원의 수익을 냈다. 그 곱절이 팔린 셈이다.
특히 이날 경기는 프리미엄존 S석 40만원, 프리미엄존 A석 35만원, 프리미엄존 B석 25만원 등 초고가 좌석까지도 마련됐는데, 오히려 이런 자리들이 더 빨리 팔려나갔다. 아무래도 호날두의 ‘티켓 파워’라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팬들은 사기를 당했다. 쉽게 말해 호날두라는 거물을 보고 싶어서 40만원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바보가 됐다.
이미 경기 시작부터 팬들은 수모를 당했다. 이날 경기는 애초 예정됐던 8시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게 킥오프 됐다. 유벤투스 선수단이 중국을 강타한 태풍탓에 당초 예정보다 2시간 가량 늦게 입국하면서 스케줄이 줄줄이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유벤투스 선수단이 호텔을 출발한 것이 6시30분. 팀 K리그 선수들이 이미 경기장에 도착해 있을 시간에 숙소를 떠났고 더욱이 금요일 저녁 교통체증에 걸려 지각까지 했다.
경기에 앞서서도 문제가 있었다. 애초 호날두를 포함한 유벤투스 선수단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선수들이 묵는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사인회를 겸한 팬 이벤트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숙소에 도착한 것은 5시가 넘은 시간.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머리를 깊게 숙이고 사과를 올려야 마땅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히 사과에 그칠 문제도 아니다. 큰 돈을 들여서 제품을 구매했는데 포장을 뜯어보니 광고와 달랐다면, 다른 보상이 따라야한다.
(서울=뉴스1)